시작된 두통
퇴소식을 앞두고 아들을 찾아가는 길은 새벽부터 시작되었다.
평소와 다른 마음 속의 분주함을 뒤로하고 마음은 이미 아들에게 도착했다.
결혼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이 아쉬워 눈물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남자들은 축제분위기다. 아마도 군대를 보내며 부모님들이 울음을 다 쏟아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입소식때 행사시간보다 늦어 빠른 안녕을 했고, 입고 간 옷가지들이 소포로 도착했을때 코를 찌르는 땀냄새에 부리나케 빨래하느라 어떤 감정인지를 느낄 수 없었다.
소포를 받으면 대부분 눈물을 쏟는다고 하는데 그 포인트는 옷이 담긴 소포가 아니라 그 속에 담겨있는 철든 아들의 편지임을 뒤늦게 알았다. 필수가 아니기에 생략된 아들의 편지 덕분에 나는 눈물을 쏟지 않았다.
그리고 퇴소식인 오늘의 나는 눈물을 쏟아낼 지 궁금하였다.
똑같은 아이들이 500명 가량이 모여있다.
굳이 내 아들이 아니여도 며칠사이 성숙된 모습이 마냥 기특했다.
기특함은 눈물의 포인트가 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차렷, 경례, 박수가 끝도 없이 이어지다 행사가 종료되었고, 아들의 위치로 저마다 달려가 계급을 가슴팍에 달아주며 가족단위로 흩어졌다.
햇빛에 그을은 얼굴이, 다소 쉰듯한 목소리가 마냥 든든했다.
예약된 펜션에서 배부르고 등따시게 한 숨 쉬면서 조용한 시간을 보냈다.
생활관 동료들과의 약속으로 함께 보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았다.
아들을 군대보내고 눈물을 쏙 빼지는 않았지만 오늘의 만남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저 아들이 다치지 않기를, 아프지 않기를, 훈련을 잘 마치기를 바랬고, 함께 있는 시간은 맛난 음식을 잘 먹기를 바랬다.
그 모든 것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오는 길 두통이 시작되었다.
아들과 함께 맛있다 맛있다 하며 먹은 삼겹살은 내게 쳇기를 남겼다.
긴장이 풀리며 체했음을 그제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지만 모두 미루어둔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
짐정리, 청소, 빨래가 지금 중요한가?
책을 보는 것이 중요한가?
그것들은 왜 하는가?
그냥 이른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