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백프로젝트 첫날에 대한 부담감

by 소소한 특별함


종일 이런 글을 쓸까? 저건 어떨까? 시작은 이렇게 해볼까? 글의 주제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 머리에서만 끝나고 싶지 않아 시작한 백일백장이다.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머리로만 숱한 생각들을 하며

아이의 퇴소식에 가기 위해 한가득 봐온 먹거리들을 뒤로하고 글을 먼저 쓰기 시작했다.


아이 입대를 이유로 애써 외면하며(어쩌면 외면당한 것일수도) 지냈던 엄마와의 식사자리가 마련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며 쌓여가는 사랑보다 우리들은 원망만이 켜켜히 쌓여있다보니 식구라고 하는 것도 어색할 만큼 함께 나누는 자리가 없었다.

어쩌면 아이에겐 연로한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지막 자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련한 자리였지만 10년만의 만남은 불편하고 어색했다.


아이의 퇴소식에 언니와 함께 참석하겠다는 엄마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언제 친했다고 아이 퇴소식까지 가요!'


딸만 키웠던 엄마는 남의 자식들 면회를 즐거워하시며 동행을 서슴치 않았었다. 그럼에도 첫 손주의 퇴소식에 참석하실 수 없음에 아쉬움이 크지 않을까 싶어 동행을 결심했다.

그러나 미리부터 연락해 함께 가자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해가 뉘엿뉘엿지며 어둑해지던 시간에 전화를 했다.

내 핸드폰속에 엄마와의 통화기록은 남아있지않다.


'역시나....'


엄마는 내 전화를 받지않은지가 벌써 여러 해인데 난 그걸 잊고 있었다.


귀가가 늦어지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받지않으면 나는 화가 났다.

아이가 돌아올때까지 화가 누그러들지 않아 문열고 들어서는 아이에게 다그치기 일수였던 이유를 나는 이제야 알았다.

엄마에게 외면이라 느껴지는 부정적 감정을 고스란히 아이에게 투영하고 있었음이다.


(눈물이 난다.

난 지금 울고싶지 않다.

팅팅 부은 얼굴로 아이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내일 또한 내 감정이 어떨지 몰라 어쩌면 꾹꾹 눌러야 하는 눈물을 나는 지금 쏟아내고 싶지 않다.)


내일 돌아가셔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의 연로하신 엄마를 원망으로 가득채워 보내드리고 싶지않아 용기내어 글쓰기를 시작한다.

백일백장이 끝나는 시점에서의 나는 그들의 외면에도 불구하고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간절히 바래본다.


KakaoTalk_20251110_215733277.jpg 반월호수 내 부러진 나뭇가지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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