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지나 여름으로 막 건너는 즈음이였다.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싶지 않아 잠깐이라도 시간이 날때면 도서관으로 향한다.
그날도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였다.
횡단보도 건너편에 놓여있는 벤치는 그늘막이 있어 언제나 어르신들의 쉼터 역할을 한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어르신들 중 눈에 띄는 한 분이 있다.
헉~!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한다.
되돌아갈까....
그러기엔 너무나 정면으로 부딛쳤다.
같은 단지에 살고있는 엄마와는 많은 곳에서 부딛친다.
어느 날은 버스정류장에 서 계시는 모습을 보고 나는 건물안으로 들어가 엄마가 갈때까지 기다렸고, 또 어느날은 문화강좌 수업에 참석하기 위해 센터를 가는데 그곳에 계시기도 하고, 퇴근 길이면 버스정류장앞에서 동네 지킴이 처럼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며 정거장 하나를 지나 내리곤 했다.
나만 보는 엄마의 모습이였지만 이 날은 서로가 마주쳤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마실을 나온 동네 어르신들이 일제히 대화를 멈추고 시선이 나에게로 향한다.
나는 엄마의 동태를 살피며 가까이 갔다.
'너 누구니?'
엄마가 말한다.
헉~!
무슨 뜻일까?
그럼 난 뭐라고 답을 해야는거지?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 물음이였을까?
어떤 대답을 원하는거지?
'엄마 딸이요'
이것이 우리 모녀의 대화다.
어르신들께 인사를 하라는 엄마의 손짓에 나는 인사를 했고, 엄마는 왕래를 하지 않는 딸을 마주했다기보다 어제도 마주한 듯 세상 친절한 모습으로 웃고 계셨다.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추느라 나 역시도 잠시 머물렀다. 모두가 집으로 갈 분위기는 아닌 듯 하여 다시 인사를 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은 씁쓰름했다.
길에서 마주한 딸에게 '너 누구니'는 어떤 의미일까?
멀리서 엄마를 보고 걸음을 멈추며 되돌아 갈까를 생각하는 나처럼 달갑지 않은 딸을 만나 당황하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