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군대 간 아들의 자대배치가 어디로 되었는지 궁금했다는 인사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아들 참 잘 키웠네!"
3월생인 아들은 고등학교 3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어 교실로 들어서기도 전에 예비영장을 받았다.
공무원들의 업무처리가 이리도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를 처음 경험해 봤다.
고3을 대상으로 이런 걸 보낸다고!!
(여하튼)
예비영장은 신체검사를 받고 입영통지서를 받으면서 남들 다 가는 입대로 이어졌다. 입영 대상자라면 누구나 똑같은 수순이다. 그렇다고 특별히 해군이나 공군등 어떤 특별지원을 하지 않았다.
특별지원이 아니었기에 아들은 논산훈련소에서 퇴소식을 마쳤고, 지난 주가 되어서야 일산으로 최종 배치를 마쳤다. 군사경찰 특기생으로 징집되어 추가 교육을 받느라 최종배치까지 시간이 걸렸다.
군대이기에 내 아들에게만 어떤 특별함이 적용될 거라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군대에서의 생활은 전적으로 아들의 몫이기에 애걸복걸하며 염려하지 않는다.
이모가 묻는 아들의 안부가 나는 부담스럽다.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나는 친인척과 왕래도 연락도 없이 살고 있다.
이모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이모의 끈질긴 관심으로 나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이모에게만큼은 속내를 제법 얘기하는 편이다. 그러나 항상 귓가에 엄마의 말이 맴돈다.
'남들에게는 다 말해도 이모한테는 말하지 말아라!'
매번 이모에게는 말조심해야지 했다가도 이모가 물어오면 어느 사이 다 얘기를 하고 만다.
이모가 염려하고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심리는 알면 아는 만큼 이야기를 보태게 되어있다. 이모도 조카가 궁금해서 물어봤을 테고, 그걸 이유로 엄마의 안부도 물을 겸 연락했음을 안다.
그러나 그게 '아들 잘 키웠네'로 이어지는 얘기는 아닌 것 같아서 불편하다.
진심일까? 군대 간 것이 잘 키웠다는 인사를 들을 만큼 대단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인사를 받을 꺼리는 아니지만 여하튼 아들은 잘 컸다.
자라는 내내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고, 어른 공경할 줄 알고, 본인이 가진 것을 나눠줄 줄도 알고, 책임감도 있게 컸다.
이모도 사촌 동생(이모 딸)도 아이의 군대를 이유로 급격히 연락해 오는 것이 사뭇 불편하다.
기존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가끔 서로의 안부만 묻는 정도면 참 좋겠다.
그들의 안부를 그냥 안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 또한 안타깝지만 언제나 빠질 수 없는 엄마의 얘기가 있기에 마냥 좋을 수는 없다.
오늘도 이야기의 마무리는 '너네 엄마는 진짜 이상해!'로 끝났다.
어떻게든 엄마를 미워하지 않으려, 엄마를 조금이라도 이해하려 애쓰는 과정들이 이모와의 전화통화로 매번 무너진다.
이모는 오늘도 나를 위한 위로의 말은 건넨다.
"애쓰지 마."
"너네 엄마 말대로 장례식에도 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