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한다는 것

by 소소한 특별함

수채수묵 캘리그래피에서 고등어 관련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어요.

크고 통통해서 고등어라기보다 참치 쪽에 가깝게 그려졌어요.

글을 먼저 쓰고 그림을 나중에 완성하는데 언제나 그림에서 망치고 있어요.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고요.

그러나 오늘의 통통한 고등어는 잠시 스친 생각이 그대로 나타나 다소 놀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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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사회복지사 실습현장에서 있었던 일이에요.

실습 마지막날을 좀 더 뜻깊게 보내자는 의견이 모아진 상태에서 이제 막 장애인 시설에 있다가 자립생활을 한 친구들 있어 그들의 독립을 축하하기 위해 작은 파티를 하기로 하였어요. 파티에서 먹을 떡볶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저는 어묵을 썰었는데 본인처럼 잘라두었다며 모두 피식 웃었어요.


키가 다소 큰 편에 속하는 저는 위로 길기만 해서 뽀빠이의 여자친구 '올리브' 같기도 하고, 행사장에 나부끼는 바람인형 별명도 있어요.

수채수묵 캘리그래피 시간에 고등어를 보는 순간 그때의 실습현장이 떠올랐어요.


'자칫하면 그때처럼 길게만 그렸다 하겠다...'


화홍붓으로 넓게 색을 칠하고 얇은 붓에 먹을 입혀 가늘게 고등어의 형태를 그리면 되는데 아래쪽 선을 그리는 순간 아차했어요. 통통하다 못해 고등어를 벗어났다 싶더라고요. 이미 커진 고등어는 어쩔 수 없더라고.


그 순간 알아차렸어요. 내가 나를 부정하고 있다는 것을요.

한참 미모에 관심을 많았던 20대 시절. 친구들을 만나면 싫다고 느껴지는 부분들만 꼽아 항상 친구들에게 확인을 받았어요.

'나 이마 좁지? 나 입술 얇지? 나 너무 말랐지?'

아이를 키우는 중에는 '나 아줌마 같지?'라는 질문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친구가 너 아줌마인 거 맞고!, 키 크고 마른 것도 맞아 근데 그게 왜? 하더라고요.

그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를 마냥 부럽다고 보는 친구들이 싫기만 했어요.

나 조차도 키 크고 마른 체형은 볼품없다고 생각하는 외형의 프레임 속에 나를 가두어 놓았던 거죠.

저에게는 콤플렉스인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일 수 있듯, 우린 각자의 결핍만을 크게 보려고 하잖아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한다는 것은 내가 느끼는 불편함, 콤플렉스도 그대로 인정해야 하는 것임을 오늘 제대로 인지했어요.

다음에는 의도된 퉁퉁한 그림이 아닌 홀쭉하면 어때! 그게 나인걸! 하며 손 끝의 느낌만을 믿고 그려야겠어요.


종이인형이면 어떻고, 바람인형이면 어때. 그게 나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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