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쓰기 앞에 나를 세워본다

by 소소한 특별함
나는 나를 이해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나를 알아가고 있어요.....(중략)..... 가장 나다운 글이란 어쩌면 내가 알지 못했던 나를 증명하는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엄민정, 작가 선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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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글쓰기 앞에 나를 세워본다.

20일가량의 방학 같은 날을 보내며 쓰기를 잠시 멈추었다.

그 사이 아이는 첫 휴가를 나왔고, 그 덕분에 나 역시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5개월 만에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동안 나는 불면증에 시달렸다.

눈에서 보이지 않던 아이가 내 눈앞에 있으니 겨우내 얼어있던 땅을 뚫고 나와 초록 새싹을 피우며 봄을 알리듯 머릿속 불안의 씨앗들이 쑥쑥 뻗고 있었다.


복귀하는 날 아이와 함께 커피숍에서 만나는 엄마의 첫마디는 이랬다.

'너 평일인데 왜 집에 있어?'

난 그런 엄마의 질문을 예상했었고, 다니지 않는 직장을 다니는 척하지 않으리라, 사실대로 말할 수 있으리라 다짐(!)했지만 아니었다.


그때의 감정, 느낌이 시간이 지나면서 옅어졌다.

20일간의 방학은 나의 감각들을 무디게 했다.

봄의 전령을 맞은 3월에 나의 감각도 함께 깨워본다.


'처음'을 떠올릴 때면 나는 언제나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제제가 종이로 만든 축구공이 떠오른다.

만들 때의 긴장감과 설렘, 완성하고 난 후의 뿌듯함.

백백 26기의 도전은 제제와 같이 긴장되고 설렘이었다. 그리고 완주했다는 뿌듯함.

100일의 오래 달리기는 속도보다 완주에 그 의미가 더 크다. 완주했음을 스스로 칭찬하는 나를 보며 100일 동안 성숙해진 나의 모습을 보았다.

두 번째 백백에서는 긴장과 설렘은 내려놓고 글의 농도에 집중해보려 한다.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스스로를 격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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