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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가는 길

꽃을 샀다

by 소소한 특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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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카네이션을 산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이만큼까지 마음을 내기에도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지금은 "꽃을 샀다"는 사실 하나에만 의미를 두려 한다.

그 마음을 담아,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바쁜 아이에게 할머니께 다녀와 달라고 부탁했다.


작년 이맘때 아니 벌써 재작년이 되었나.. 아르바이트를 마친 아이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엄마! 할머니가 다치셨나 봐. 지금 필요한 걸 얘기하시는데 그런 건 어디서 사?"

"글쎄... 엄마도 사 본 적이 없어서... 대형마트에 있지 않을까?"



그러는 중에 아이를 대신해 심부름해줄 언니와 연락이 되어 더 이상 아이의 역할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엄마! 엄마! 할머니가 배 1개만 사 오라는데... 배 1개는 어디 가면 살 수 있어?"



나는 착한 딸 노릇을 용기 내어 거부했다.


배 1개는 핑계라는 것을 나는 그제야 알았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나의 '손'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몇 년 동안 서로 소식도 없이 지내다 손이 필요하다고 직접적인 연락을 할 수 없었던 엄마.

(어쩌면 엄마에게는 마침 연락할 기회가 되는 상황일 수 있었을 테지만 그것은 뒷전이다.)

그렇게 아이에게 계속 연락을 해 오셨다.


그러나 나는 20대 나의 청춘을 바쳐 엄마를 간호했던 경험이 있다.

언제나 엄마의 옆을 지키던 나는 간병인 정도임을 엄마의 죽음 문턱에서 알았다.

당신이 애지중지하는 큰딸에게는 궂은일은 시킬 수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또다시 '손'이 필요해진 엄마. 나는 '손' 역할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아이에게 말했다.


"할머니와 엄마가 풀어야 하는 것들이 많아. 그로 인해 너를 중간에 끼워서 미안해.

엄마는 적어도 너한테 중간에 심부름하듯 너를 끼우지는 않을 거야.

그러나 할머니는 그 사실조차 모르신 채 너를 지금처럼 찾으실 거야.

그럴 때는 네가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할 수 없는 건 못한다고 상황을 말씀드려"


꽃을 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의미를 두는 오늘,

나는 아이에게 할머니에게 다녀오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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