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둘러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by 소소한 특별함

나는 서둘러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속이 불편한 채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살짝 멀미 기운이 올라왔지만, 그리 심하진 않았다. 대형 레스토랑의 테이블 가득 차려진 음식들을 천천히 음미하며, 모처럼의 만남이 주는 기쁨을 확인했다. 우리가 내뱉는 웃음소리 속에 그간의 그리움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사실 갑상선 수술 후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을 감당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직전까지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손이 떨려오는 증상. 보통 허기가 지거나 긴장이 풀릴 때 나타나곤 했는데, 다행히 한동안 잠잠했던 터라 안심하고 있던 참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식은땀은 잦아들었지만, 더 이상 음식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식사 후 우리는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셨고, 쇼핑도 함께 즐겼다. 그 사이 오른쪽에서 시작된 편두통은 점차 강도를 높여가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굳이 아프다는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친구들은 자기들 덩치에 비해 나를 늘 허약한 존재로 여겼기에, 기운이 조금 빠진 오늘의 내 모습이 그들에게 그리 유난스러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독한 편두통은 어느새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가 있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면 늘 달고 살던 편두통이라 익숙하다. 예민해질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신호.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은 예민해질 이유가 전혀 없는 하루였다. 친구들과의 만남이 긴장으로 이어질 이유가 전혀 없는데...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질 것을 알기에, 나는 서둘러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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