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같은 케모포트, 실험체가 된 기분으로..
6월29일. 항암을 위해 입원을 하였다.
간호사가 수속을 하면서 입원해본 적 있냐 물었다. 네? 가물가물..
아, 애 낳을때 했어요 입원. 그거말곤 없구나.
창가자리에 배정받았다. 먼가 기분이 이상했다. 책이랑, 노트북을 주섬주섬 꺼냈다. 입원할때 이런게 있으면 좋다고 들은건 있어서. 기록하려고 노트랑 필기구도 들고 갔다. 그런데, 이런거 할 시간이 없이 검사가 계속되었다. CT를 찍는다고 금식하랜다. 입원 첫날은 엑스레이, 심전도, CT 등등 검사를 마치고 안 오는 잠을 억지로 자려고 노력했다.
6월30일 새벽4시반에 혈압을 재야한다고 깨운다. 아 쉬려고 오는게 아니구나.
아침을 먹고나니 케모포트를 심으러 간다고 했다. 수술대같은데 올라서 암이 생긴 반대쪽, 왼쪽 어깨 아래쪽에 케모포트를 박았다. 이걸 심으니 아, 내가 암환자고 이제 항암을 하는 구나라고 실감이 났다. 이때부터는 넷플릭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을 정신없이 봤다. 마취 기운도 있고, 이제 항암제 맞을때까지 필요한 거는 다 한 눈치였다. 병실은 여자환자들뿐이라 조용했다. 쉬려는데, 갑자기 왼쪽 겨드랑이 초음파를 해야한댄다. MRI 상으로 먼가 보인다고 조직검사도 해야한댔다. 유방암은 총조직검사(총으로 쏘는거?)로 했는데 겨드랑이는 세침검사(침으로?)로 진행한다고 했다. 머지 여기도 암이 의심된다는 소린가. 이제는 무슨 얘기만 나와도 불안해져서, 마음을 비워야겠다 생각이 든다.
7월1일 항암제는 오후에 투여한다고 했다. 3가지를 한꺼번에 맞는 날이라 각종 기계들이 내 자리로 왔다. 심전도와 혈압을 체크하는 기구까지.
삼중음성 유방암은 총 8차의 선항암을 진행하는데
첫 4차는 3주간격으로 키트루다(펨브로리주맙)+파클리탁셀+카보플라틴 조합을 진행한다. 정보를 주로 얻는 네이버 카페에서는 키(트루다), (파클리)탁(셀), 카(보플라틴)를 줄여서 키TC라고 지칭했다. 다만 파클리탁셀은 독성이 강해서 1주마다 나눠맞아야해서, 3주에 한번은 3가지를 한꺼번에 맞고 매주 T(파클리탁셀)를 나눠맞는 식으로 12주 진행한다.
항암 안내서에서 각 약제의 부작용을 설명해주는데, 우선 펨브로리주맙, 즉 키트루다는 갑상선 기능이상(기능저하, 항진증), 면역매개 염층(폐렴, 결장염), 피부염(발진 및 가려움증, 물집 또는 벗겨짐)이 부작용이라고 한다. 파클리탁셀은 말초신경병증, 백혈구감소(감염), 구내염, 탈모가 부작용인지라 항암제를 투여하는 동안 얼음으 입에 물고 있으라고 예방법도 안내받았다. 카보플라틴은 설사, 오심, 구토, 백혈구감소, 말초신경병증이 부작용이라고 하였다. 부작용을 안내받으니 더 더욱 긴장됬다.
이제 항암 시작하겠습니다. 얼음도 준비하고 물도 떠 놓은채로 자리에 앉았다.
첫 30분은 비싸디 비싼 키트루다를 투여헀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까페 검색해본 결과 투여하는 순간 심장이 아프고 호흡이 곤란하고 이런 사례들 위주로만 기억해서 그런가, 나쁘지 않았네? 생각이 들면서 비싼 약제 효과라도 있어라 생각이 들었다. 키트루다 1번에 약값만 420~430 정도이구 다른 약제까지 하면 퇴원할때 500만원 넘게 결제를 해야한다. (선항암 8차, 후항암 9차니 17차면 거의 1억이다. 1억. ㅠ.ㅠ)
중간에 구토방지제를 먹으라고 하고, 부작용 방지약제를 투여해줬다. 스테로이드제는 아래가 좀 쓰라릴거라고 미리 고지해준다. 약이 퍼지는 순간 화한 느낌이 바로 들었다. 파클리탁셀을 투여할때는 심전도와 혈압측정을 동시에 한다. 중간에 심장에 무리가 가는지를 체크하기 위한거 같았다. 진짜 독하긴 한가보다. 열심히 물이랑 얼음을 먹었고, 화장실 갈때는 몸에 부착된 기계를 다 떼고 가야해서, 번거로웠다. 그럼에도 구내염이 생길까봐 얼음과 물을 수시로 먹었다. 항암 독성이 빠지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물은 최대한 많이. 다행히 파클리탁셀을 투여하는 1시간 동안 별다른 이상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 해볼만 하겠다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카보플라틴은 심전도와 혈압계를 빼고 진행하니 훨씬 수월했다.
이렇게 첫항암이 끝났다. 1시 좀 되기전에 시작한 항암은 4시가 다 되어서 끝났다. 그래도 치료다운 치료를 받았다는 뿌둣함이 앞섰다. 부작용이고 머고 일단 1차는 진행했으니 말이다. 퇴원하고 뼈스캔을 받으러 가래서 뼈스캔까지 진행했다. 15분에서 20분이면 끝난다고 했는데 30분도 넘게 계속 스캔해서 불길했다. 전이된게 보이는걸까? 아 모르겠다. 일단 집에나 가자.
집에 와서는 온갖 부작용과 항암 사례에 대해 검색을 했다. 항암 당일과 다음날까지는 스테로이드제 등 부작용 방지약 효과때문에 괜찮고 견딜만했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심이 되었다. 먼가 쌩쌩한 기분에 잠이 안들고 말똥말똥했는데, 스테로이드제때문인거 같다. 예전에 코로나 백신주사 맞은날 처럼 심장이 조이는 느낌도 들었다. 이러다 숨이 멎으면 어쩌지? 두렵지만 그 외 이상한 점은 없었으니까.
임신했을때랑 비슷하단 생각도 들었다. 임신한건 임밍아웃, 암걸리면 암밍아웃. 입덧하면 아무거나 땡기는거 먹으라는 팁이나, 항암때 입맛없으면 새콤한거 위주로 먹힌다는 말도.
항암을 한 당일은 치료를 받았다는 뿌듯함에, 그 다음날은 긴장했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컨디션이라 여겨졌다. 운동을 하라는 조언도 있어서 실내자전거를 열심히 탔다. 나쁘지 않은데?
카페에서도 "항암하고 이틀정도는 스테로이드때문에 평소랑 같거나 힘이 더 넘쳐요.3일차부터 부작용이 나타날건데 견딜만 해요"란 글이 있었다. 암세포만 죽이는게 아니라 정상세포도 다 죽여서 소화기관 점막이 없어져서 소화쪽이 어렵고 변비도 심하다는 글도 있었다. 그럴땐 키위랑 푸른쥬스가 좋다는 꿀팁도.
3일차. 집에 혼자 있는데 현기증이 나면서 어지러웠다. 화장실을 갔는데 배변은 나오지 않고 식은땀이 엄청나면서 구역질이 나고 쓰러질거 같았다. 아 이런거구나. 일단 침대에 누워서 쉬었다. 기력이 하나도 없고 어지러웠다. 까페에서 또 검색을 하니 나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병원에서 준 대처방법에는 관장은 감염의 원인이 되므로 임의로 하지 않는다고 적혀있었다. 어쩌지? 키위도 먹고 푸른주스도 마셨는데 효과가 없었다. 힘을 주다보니 피도 나오더라. 결국 약국에 가서 관장약을 사서 해결하였다.
"암이고 나발이고 변비때매 죽겠던데요. 저는 혈변도 봤어요" 이런 글도 있었다. 세상에 화장실이 이렇게 중요하다니. 구역질과 식은땀이 없어지니 살 것 같았다. 자신감도 생겼다. 아 부작용이 생기면 이렇게 하나하나 극복하면 되겠구나 생각에. 다음번 항암할때는 변비약(산화마그네슘)을 처방해달라고 하세요. 까페의 경험자들이 조언을 해주셨다. 아, 이 까페없음 어떻게 대처했을까. 너무나도 고마운 각종 사례들.
(그래서 나도 기록을 해야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얻은 자신감도 잠시..항암 회차마다 다른 부작용과 위기를 겪으면서 선항암 8차를 제대로 마칠수 있을까 두려움이 생겼다.
첫번째 고비가 변비였다면(변비에 따른 현기증, 오심) 두번째 고비는 호중구였다. 이건 다음 회에..
그외 손발저림, 근육통, 오심에 따른 구토 등등은 항상 수반되서 넘기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