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타부키 「인도 야상곡」 | 독서 건강 노트 002
오늘도 시애틀에서 시작된 “별다방 커피”의 커피는 역시 쓰다. 예전에 비해 약간 로스팅이 라이트 해 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쓴맛이 강하다.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서인지 사카모토 류이치의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가 흐르고 있다. “별다방 커피”의 선곡은 너무 목적과 수단에 의하여 구성되어 있다. 확실히 쉽게 연상되는 선곡이긴 하다. 하지만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자체는 굳이 크리스마스라 언급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그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멜로디를 가자고 있다. 목적과 수단에 의한 음악이 아닌 그냥 작품으로서 자연스러운 그러한 거리감이 편안하다.
작품에 대해서도 같은 거리감을 선호한다. 그래도 “별다방 커피”는 작업 공간으로 나에게 꽤 도움이 되기 때문에 너무 쓴소리는 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감사한 장소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불면에 관한 책일 뿐만 아니라, 여행의 책이다. 불면은 이 책을 쓴 사람에게 속하고, 여행은 여행을 한 사람에게 속해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이 여행한 몇몇 장소에 나 또한 가본 적이 있어서 간단한 길 안내를 추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겨졌다.
안토니오 타부키 「인도 야상곡」, 서문 중
안토니오 타부키의 『인도 야상곡』은 이탈리아인 “나”가 인도에서 행방불명된 친구를 찾기 위해 여행하는 이야기다. 다소 고정관념적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진짜처럼 느껴지는 인도의 묘사가 매력적이다. “나”는 이름만 남은 호텔에 머물고, 빈민가 같은 숙소에서 밤을 지새우며, 온갖 분비물의 냄새가 섞여있는 길거리에서 친구의 흔적을 찾아 헤맨다. 옛날에 예전에 인도의 옥상 호스텔에서는 원숭이에게 짐을 빼앗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여행기를 읽은 적이 있다.
타부키 자신이 “이 책의 주인공이 여행한 장소의 몇몇은 나도 가본 적이 있다”라고 말하듯, 이 야상곡은 픽션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논픽션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현실이면서도 픽션처럼 들리기도 한다. 원숭이가 짐을 훔친다는 이야기가 대체 어느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인가 싶을 정도다. 인도를 여행한 사람들의 현실감은 때때로 판타지처럼 들리는 것이다.
그런 나라에서 친구가 “증발”해서 실종된다는 설정. 사람이 “증발”할 수 있는가 하고 태클을 걸고 싶지만, 이 이야기가 픽션인 동시에, 증발이라는 요소만 빼면 타부키의 경험을 그대로 논픽션으로 쓴 것 같기도 하다. 소설의 재미는 픽션이면서도 작가의 체험이 가득 담겨 있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책은 불면에 관한 책일 뿐만 아니라, 여행의 책이다. 불면은 이 책을 쓴 사람에게 속하고, 여행은 여행을 한 사람에게 속해 있다”는 서문이 조금씩 이해된다. 작가는 불면 상태에서 이 소설을 썼을 것이고, 독자는 이 책을 들고 인도행 티켓을 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야상곡은 여행하는 독자에게 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고 상상을 해본다. 어쩌면 내가 너무 편리하게 해석하는 걸까.
어쨌든, 친절한 이탈리아인 “나”가 친구를 찾기 위해 인도로 향한다는 설정에는 로망과 미스터리가 뒤섞여 있다. 나는 이 책을 내가 좋아하는 카레집에서, 유산균이 듬뿍 들어간 라씨를 마시며 읽었다. 커피는 쓰고, 잠이 오지 않으니 과음금물이다. 아니면 오히려 커피를 많이 마셔 나만의 야상곡을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일상에 잠재되어 있는 불면증이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좋아는 카레집 이름은… 알려줄 수 없다. 오이타현 벳푸시에 있다는 것만 전하겠다.
이 글은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어로 집필한 독서 소감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함께 실었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께 작은 힘이 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오늘도 시애틀에서 시작된 “별다방 커피” 에서 책을 읽었다. 일본의 “별다방 커피”에서 드립 커피를 주문하면 “One More Coffee”라고 적힌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사용하면 추가 한 잔을 190엔에 주문할 수 있다. 솔직히 컵의 양이 많아서 두 번째 잔은 커피라기보다는 공간에 돈을 지불하는 기분이 든다. 그렇다고 해도 커피 생산자의 기분을 생각하면 낭비할 수 없다고 생각해 결국 다 마시게 된다. 그리고 카페인을 너무 많이 섭취해 잠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잠들지 못하는 밤, 오늘도 야상곡을 읽을까. 불면증도 나쁘지 않다. 밤은 잠을 자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까 불면증이 문제가 되는 것뿐이지, 밤은 생각에 잠길 시간인 것이다. 이런 걸 변명이라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2022년 7월 오이타현 히가시벳푸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