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주 콜 「오픈 시티」 | 독서 건강 노트 003
퇴근길, 여러분은 곧장 집으로 돌아가고 계신가요?
저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최단 경로가 있어도, 늘 돌아가는 길에 어딘가에 들르게 됩니다. 들르는 곳은 헌 카메라가 가득한 가게나, 아는 바리스타가 있는 카페, 혹은 강변인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교토에선 가모가와 델타*삼각주(鴨川デルタ)에 머물며 멍하니 보내는 일도 자주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가끔 이상한 물건들을 수집하게 되곤 합니다.
쓸모없는 헌 이안 반사식 카메라를 사거나, 이미 여러 잔 마신 상태에서 공복감을 이기지 못하고 카페인을 더 섭취해 위를 상하게 하거나, 길에서 주운 정체 모를 돌멩이를 다다미(畳) 위에 늘어놓는 일 같은 것이지요. 이런 행동에는 정말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인지, 마치 꿈속에서 일어날 법한 허구 같은 일을 현실에서 반복하게 됩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어딘가로 가고 싶어하는 걸까. 소설은 결말이 없어도 되지만, 결말조차 없는, 다만 저자의 방황하는 기억이 흘러나오는 소설을 저는 '현실 도피형 소설' 혹은 '황혼(黄昏) 소설'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기억과 정체성, 역사의 흔적들이 교차하며 머릿속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가는 이미지의 소설입니다.
*「황혼을 뜻하는 타소가레 (黄昏)는 바로 하는 일 없이 그저 잠시 멈춰 멍하니 사색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오늘은 그 이미지에 딱 맞는 소설을 적어두고 싶습니다. 바로 테주 콜의 『오픈 시티』입니다.
테주 콜은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사진가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뉴욕 타임스 매거진의 사진 평론가로 활동했습니다. 현재 하버드 대학교에서 창작 글쓰기 실무 교수(고어 비달 창작 글쓰기 실무 교수)로 재직 중이며,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그의 소설 『Every Day is for the Thief』는 뉴욕 타임스, 글로브 앤드 메일, NPR,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올해의 책으로 꼽혔으며, PEN/Open Book Award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또한 그의 소설 『오픈 시티』는 여러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고, PEN/헤밍웨이 상, 뉴욕시 북 어워드 픽션 부문, 미국 예술문학 아카데미 로젠탈 상, 인터내셔널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오픈 시티』의 주인공은 나이지리아계 미국인 의대생으로, 뉴욕을 떠돌며 방황합니다. 그의 어머니는 독일인이고, 미국에서는 ‘흑인’으로, 나이지리아에서는 ‘백인’으로 여겨집니다. 어느 날 길에서 마주친 흑인 남성에게 “브라더”라고 불렸으나 인사를 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폭력을 당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그러한 부조리를 안고 있음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넓은 하늘을 나는 새들에게 자신의 부유하는 감정을 겹쳐 봅니다. 그는 꿈과 기억이 교차하는 중 나이지리아로 돌아가기도 합니다. 그가 그리는 '뉴욕의 가을'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풍경 그 자체입니다. 그 속에서 주인공은 조용히 흔들리는 존재로서, 기억과 교차하는 세계의 단편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오픈 시티』 집필 후 몇 년 뒤, 그는 스위스로 건너가 새로운 사진집 『Fernweh』(2020)를 발표합니다. 여기서 『오픈 시티』 작가가 더욱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고 있음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독일어에서 “Heimweh”가 향수를 뜻한다면, “Fernweh”는 단순히 "멀리 떠나고 싶다"는 모호한 동경을 나타냅니다. 테주 콜에게 있어 스위스에서의 체류는 나이지리아계 미국인으로서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쳐 온 "억압"이라는 요소에서 벗어나, 포스트모더니티를 탐구하는 중요한 기회였던 듯합니다.
그는 조용하고 사람의 흔적이 적은 스위스의 풍경에서 "사람이 없는 인간의 흔적"을 발견하며, 스위스에서의 시간과 공간의 감각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스위스를 여행하는 동안 느낀 "Fernweh", 즉 멀리 떨어진 장소에 대한 동경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를 향한 그리움을 넘어, 아무 곳도 아닌 어딘가를 탐구하려는 열망과 고독을 껴안는 체험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억압과 마주하면서도 정면으로 맞서기보다는, 글이나 사진이라는 "황혼 속에서 바라보는" 수단을 통해 표현하기에, 스마트하고 세련되면서도 현실에 발을 디딘 열정적인 표현이 탄생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관련 작품으로는 이전 아카데미상 수상작 영화 『노매드랜드 (Nomadland)』가 떠오릅니다. 노매드적이고 유목민적인 감각은 테주 콜의 맥락과는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무언가로부터 벗어나 멀리서 황혼에 잠기고 싶은 감각은 현대 도시 생활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요?
이 글은 제가 일본에서 생활하며 일본어로 집필한 독서 소감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이 담긴 사진 한 장을 함께 실었습니다. 제 글이 여러분께 작은 힘이 된다면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시에틀발 '별다방 커피'가 아닌 대학원 도서관에서 글을 쓰고 있다. 3년 정도 사용한 내 컴퓨터의 키보드에서 'M' 키가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 사용할 수 있다. 고장 나면 고장 난 대로 사용하는 법을 익혀가는 게 사람이라는 존재인 것 같다. 사실, 무언가 망가져가는 것에는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