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곳에 잘못 잡혀왔다. 분명 누군가와 착각한 걸 테지. 그렇지 않고서야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이런 모진 고문을 하진 않을 테니. 나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른다. 이 자들이 국가의 권력인지, 잔악무도한 납치범인지, 나는 모른다. 전자라면 나는 속죄해야 하는 악인이고, 후자라면 나는 가여운 희생자일 게다. 어찌 됐든 놈들이 고문을 하는 이상 나는 무언가 말해야 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말해야 한다. 그게 정답이든 아니든. 아니, 아마 정답은 영영 아무도 모를 거다. 여기서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으니. 그걸 아는 자는 이곳에 없으니. 어찌 됐든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 그것만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