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by zero square

난 매일 아침 당신이 집을 나설 때마다 당신의 죽음을 떠올려요.
매일 밤 당신이 돌아올 때마다 드디어 만났다는 감격과 동시에 다시 떠나갈 당신의 뒷모습이 떠올라요. 이 이별은 영겁이지만, 당신의 죽음은 순간이겠죠.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순간이 나는 두려워요. 생명이 꺼지는 한 프레임이 잔상처럼 남아 오버랩 될 나의 여생이 두려워요.
저 먼 우주 어딘가에 흩어져 있을 당신의 의식을 따라, 나도 같이 죽어야겠다고 생각해도, 그 조차 나의 착각이고 그 뒤엔 영원한 어둠만이 있을 까봐 두려워요. 아니, 두렵지 않아요. 어둠은 두렵지 않아요. 그 완전한 공허의 세계에서는 당신을 떠올리는 것조차 하지 못할까 봐. 그게 두려워요. 당신이 당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시체로 변하던 그 순간. 그 순간이 더 이상 잔상으로조차 남지 않을까 봐 두려워요. 나에게서, 이 세계로부터 당신이 영영 사라질까. 애초에 없었던 건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까 봐 두려워요. 그러니 제발 떠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꾹꾹 눌러 삼키고 목구멍 아래, 오장육부 아래, 저 밑에서 나오지 못하게 했던, 그 말들을 꺼내지 못한걸 평생 후회할까 봐. 그게 두려워요. 당신은 왜 날 떨게 하나요. 추워요. 잘 껴입고, 부디 평안히 다녀오세요.
함께 웃고 떠들던 그 순간에도 당신의 부재를 생각했어요. 겉으로 티 안 내려 더 크게 웃었어요. 더 힘껏 뛰어올랐어요. 춤췄어요. 다리를 흔들고, 팔을 휘저었어요. 더 크게 노래했어요. 아니, 소리쳤어요. 그러면 내 안에 응어리진 무언가가 빠져나올까, 더 고함쳤어요. 왜 더 일찍 알지 못했을까요. 당신을 처음 만난 날. 그날에도 나는 그렇게 웃고 떠들고 춤추고 노래했어요. 왜 그때 나는 웃고 말았을까. 차라리 있는 힘껏 너를 힘껏 때려볼걸. 너에게 화내볼걸. 아니면 꼭 껴안고 그냥 울어볼걸. 손잡고 돌아볼걸. 잡은 손을 놔주지 말걸. 얼굴을 묻고 남부끄럽게 고백해 볼걸. 빌어볼걸. 아니, 그러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당신의 빈자리는 밑 빠진 독입니다. 칼바람이 스쳐가 벗겨진 피부가 흉터가 되고, 그 쓰라린 옆구리를 나 혼자 웅크려 핥아내면, 그렇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또 붓다 보면, 그러다 내가 죽으면, 당신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나면, 나를 둘러싼 공기가 되어 내게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의 빈자리에 마침내 새살이 돋아날 겁니다.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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