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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의 해파리

처음 썼던 글

by zero square

나는 햇살을 한가득 머금은 푸른빛의 물 위에, 해파리처럼 떠있고 싶다. 만물로부터의 해방, 진정한 자유, 그리고 평화. 그 무엇도 찾으려 애쓸 필요 없다. 그저 존재의 가벼움과 부유함 속에서 온전히 나 자신을 느낄 수 있길 바랄 뿐이다.
나는 중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나를 날지 못하게 막는, 내 날개를 고이 묶어둔 중력은 나를 이 세상과 연결시키려는 절대적이고 불가피한 결속이다. 그녀의 정성 어린 보호가 나에게는 책임이며, 이 세상에 만연히 깔린 부조리로 다가온다. 그녀는 신생아를 둔 어미의 심정인 듯하다.
이상은 말한다.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나는 저 하늘을 누비진 못하겠지만, 이 바다를 헤엄치려 한다. 그녀가 내 육신을 속박하고 짓누를지언정 내 정신은 대기로 떠올라 우주 밖까지, 3차원 밖까지, 이 부조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부유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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