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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사나이

by zero square

멋진 작품이란, 멋진 주제의식, 그리고 일련의 의미 없는 상像과 비유들의 나열이다. 주제를 꾸미고 또 꾸며 잔뜩 분칠된 것을 관객 앞에 세우고 나면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의 마찰음이 한데 모여 연사 되는 총성이 스며오는 듯하다. 어찌하여 그리도 쏘아대는지, 사선에 선 조교는 표정을 굳히고 역류하는 의문들을 삼킨다. 아무 일도 없는 듯 온몸으로 총알을 받아내며 굳어간다.


총알이 빗발치는 사선에 선 나는, 총이 없는 군인이다.
훈련병들을 앞에 둔 나는, 총이 없는 군인이다.
그 앞에 소리치는 나는, 총이 없는 군인이다.
어떻게 총을 잡고 어떻게 사람을 쏴 죽이는지 가르치는 나는, 총이 없는 군인이다.
쏴라. 나를 쏴라. 원 없이 쏴라. 쏘고 또 쏘다 보면 너희 또한 군인이다. 필요 없는 군인이다. 아무도 원치 않는 군인이다.
나의 고함은 비명이오. 너의 비명은 고함이었다. 너의 함성은 고함이었다. 귓가의 맴도는 총성이 떠나가도록 질러라. 악, 질러라.


위장크림으로 뒤덮인 군인의 얼굴에는, 잔뜩 분칠된 무대 위 배우의 얼굴이 보인다.
사선을 따라 걷다 보면 저 멀리 걸려있는 나의 표상이 보인다. 나의 글이 보인다. 왜 그리 멀리도 서 있는지. 그 멋진 얼굴 더 보여다오. 이리 와 한번 안아보자. 멋지구나. 멋지구나.

그 어느 신병교육대대의 어느 용사 1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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