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건 짜내는 일이다. 이 세상에 푹 담가진 나를, 내가 머금은 세상을, 힘껏 짜내 그릇에 부어 넣는 일이다. 내가 걸레짝이 되도록 짜여진 후에도, 내 글은 깨끗할 수 있을까. 나를 투과한 세상은, 붓을 빤 물통처럼 얼룩져 있을게다. 그렇게 쥐어 짜내진 내 얼굴엔, 허한 미소만이 주름을 가득 머금고 있진 않을까. 내 글은 내가 묻은 세상이다. 내 몸에 세상이 묻어감에 따라, 내 글에 세상이 묻어간다. 내가 묻은, 세상이 묻어간다.
갑자기 쓰고싶어진 생각들의 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