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은 멀었지만, 줄이고 싶어요.
그동안 물건을 이고 지고 살았다.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넓은 평수에 살았지만 큰 베란다가 있는 방은 거의 창고로 사용할 정도로 짐을 쌓아두었다. 지금은 그것보다 훨씬 작은 평수에 살지만, 거의 모든 공간을 95% 이상 활용하면서 살고 있다. 예전엔 대략 70% 사용했다고 하면, 공간 활용률이 많이 높아진 것이다.
처음 비워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어지러운 짐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해져서이다. 언제부턴가 퇴근 후에 집 입구 들어서면 속이 답답했다. 아마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꽉꽉 찬 책장부터 자잘한 짐들이 즐비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나만 그런 건지 다른 식구들은 별 말이 없다. 어찌 됐든, 내 맘이 답답하니 비우려고 마음먹었다. 옷도 마찬가지다. 더 이상 보관할 곳이 없어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넣고 빼고 테트리스를 하며 난리를 치고 있는 것만 몇 년 째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다. 시작하자! 물건 비우기.
거실 바닥에 책들과 물건들이 어지럽혀있으면, 나의 시선과 뇌는 그 물건들을 쫓아 분산되기 마련이란다. 어느 뇌과학자가 말씀하셨다. 그리고 볼 때마다 나오는 한숨... 내 에너지 레벨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리만으로도 나의 에너지를 덜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안 그래도 저질체력인데, 더 이상 나의 에너지를 빼앗길 순 없다.
물건이 적고 깨끗한 공간에 가면 속이 다 시원하다. 정신도 산란하지 않다. 우리는 이 점을 간과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물건이 많으면 많을수록 우리 정신과 정서를 지배할 수 있다는 점을. 그렇다면, 물건을 비워내는 것은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심각하게 고민해 볼 문제가 된다.
물건이 많은 것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물건이 많아 우리의 공간을 비좁게 하고, 우리의 정신을 사납게 하는 것을 문제로 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문제를 직접 겪고 있는 중이고.
시작만 하면 반이라는 뻔한 말. 그런 뻔한 말 말고, 정말 시작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뭐든 시작하려면, 마음의 허들을 낮춰야 한다. 음.. 나는 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케어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욕심내지 않고 일정 부분씩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 이게 최선이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시작하기로 했다.
제일 거슬리는 저 책장부터 비워내야겠다. 그럼 저 책들은 다 어디로 보내야 하나. 일단 거실 바닥에 쌓아두더라도 뭐라도 시작을 해야겠다. 당근에 책장 사진을 정성스레 찍어 올렸다. 며칠 동안 사이즈 등 물어보는 톡만 몇 번. 아, 드디어 임자가 나타났다. 저 책장을 실을 차가 없다길래... 우리 차로 실어다 드리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하루빨리 이 책장을 빨리 정리를 하고 싶었으니까. 그래야 그 공간에 변화가 시작될 것 같았다. 책장은 그렇게 떠났고, 일단 책을 며칠 동안 거기에 쌓아두기만 했다. 그리고 책장엔 서랍들이 있었는데, 아이들의 장난감과 쓰지 않는 물건들로 가득 차있었다. 맞다. 이것을 비우려고 이걸 시작했었다. 아이들과 앉아서 물건들을 만지며 떠나보낼지 말지 의논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물건 비우기를 하고 가장 나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내 마음의 허락 부분이다. 이 물건을 보내줄 수 있는지 아닌지가 관건이다. 분명 나는 이 물건을 더 이상 쓰고 있지 않는데, 고민이 되는 것은 감정적인 부분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
단계 1. 버리고 싶으나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물건을 추린다.
단계 2. 그 물건을 현관 앞에 둔다.
단계 3. 며칠 동안 그 물건을 지나다니면서 쳐다본다. 나갈 때 등
단계 4. 며칠 계속 생각해도 마음에 미련이 남고 아까우면, 다시 거둬들인다.
단계 5. 며칠 동안 생각해 보고.. 내 체형이 다시 날씬해지지 않을 것을 인정하고, 그 옷은 버린다.
우리가 냉정하게 생각해야 할 것.
우리에게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것은 경제적 낭비가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경제적 이득 효과를 가져온다.
다시 말하면, 큰 물건을 처리할 때 말고는 버리는 것에 웬만하면 경제적 손실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쓰지 않는 것을 버리면, 우리는 윤택한 공간이 생기고 정신적 가벼움을 얻게 된다. 나는 이 것을 깨달았을 때, 무릎을 탁! 쳤다. 이미 물건을 살 때 비용을 모두 지불했으며, 중고거래 장터에 팔게 되면 오히려 수익이 발생하기까지 하는데, 나는 왜 그것을 그리 아까워했을까. 더 이상 쓰지도 않으면서.
1. 내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의 패턴을 파악하게 된다.
2. 물건을 구매할 때, 내가 쓰지 않는 제품은 사지 않게 된다.
3. 내 마음속 미련과 밀당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그냥 버린다.
나의 집은 사실 아주 큰 변화가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숨 쉴틈은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런 패턴으로 2~3년 반복하면, 아마 그땐 더 쾌적한 공간으로 바뀌어 있지 않을까. 가장 큰 변화는 나의 생활 패턴이 바뀐 것이다.
필요 없는 것을 바로바로 버리고, 버리는 종류의 물건은 더 이상 사지 않게 되며.. 물건 살 때도 몇 번씩 생각해 보며 사게 된다. 내 물건 관련해서는 한 달에 1-2번 택배가 오는 것 같다. 확실히 많이 줄어들었다. 물건을 비우는 행위가 돌고 돌아, 나의 지출을 줄이는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비움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을 아마 사람들은 모를 것이고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면, 그걸 어떻게 증명할 것이냐고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지출 내역 추이만 비교해 보아도 나는 당장 말해 줄 수 있다. 물건을 많이 사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내 공간을 쾌적하게 하자는 글을 쓰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