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데렐라 컴플렉스. 이젠 안녕

잘 가. 멀리 안나가~

by 유나희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인정욕구에 지배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타인에게 거절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가 저 사람에게 어떻게 보일까?!, 저 사람이 오해하면 어떻게 하지?!

(* 신데렐라 컴플렉스란?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거절을 잘하지 못하고, 예스만 하는 유형의 사람을 일컫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바쁨에 허덕이는데.. 일을 부탁한 저 사람은 여유로운 모습에 현타가 온다. 아... 내가 뭘 하고 있지?!


직장에서 이런저런 부탁을 마다하지 못하고, 다시 말해, 일을 쳐내지 못하고 일을 다 받아서 하고 있으니. 직장에서의 나, 유 차장은 없고, 내 직장생활의 주인은 타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순서도, 그 사람들이 급하다는 것들을 먼저 하고 나서, 저녁 늦게까지 남아서 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왜 그랬을까?.....


왜 이토록 늦게 깨달았을까?...


아마 직장에서 인정과 그로 인해 이어지는 고과가 나에게는 컸던 것 같다. 나의 자아실현과 동급으로 생각했기에. 내 모든 것을 걸었던 것 같다. 그럼 뭐 하는가? 고과는 결국 내가 쏟은 만큼 주지 않더라. 내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결과가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달라지기 시작했다.






1. 거절해도 생각보다 달라지는 건 없더라.


거절하면 = 나는 회사에서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이라 착각했다. 나는 어떠한 사고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진 모르겠지만, 거절은 나쁜 것이 절대 아니다. 하나의 의사표현일 뿐이다. 거절이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부탁을 받으면 해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나의 뇌가 순간 가득 차버린다. 해주는 방향으로 뇌는 알아서 움직이고 계산하고 있다. 신데렐라 컴플렉스로, 무조건 예스를 하던 습관이 뇌가 이렇게 무섭다.


하지만 나는 변하기로 했다. 처음에 '노'를 말하려고 하니, 뇌가 잠시 버벅거렸다. 그리고 마음 한편에는, 해주고 마음 편한 것이 낫지 않을까?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안돼! 더는 안돼! 나는 안된다는 말을 뱉으려고 눈을 찔끔 감았다. 다행히 회사 메신저로 거절하는 상황이라, 시차가 좀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결국 안된다는 말을 쓸 때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약간 멍하다가, 5초 후엔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된다고 10초 만에 뱉으면 되는 것을.. 그동안 부탁을 들어주려고 3시간씩 전전긍긍했다니..


며칠 후에, 메신저를 그 분과 해도. 달라진 건 딱히 없어다. 왜 이걸 지금 알았을까.



2. 내 일 순서는 내가 정해. 니들이 아니고.


금요일 오후 3시에 이메일이 날아온다. 빨간색 [긴급] 이란 단어와 함께. 그리고는 5시까지 달라고 적혀있다. 참나, 나는 이메일을 보내는 사람 얼굴을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다짜고짜 2시간 후에 달라고 한다. 회사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하고 있어서, 나는 월~목까지 열심히 일했던 나는 오늘 4시쯤 일찍 나갈 수 있는 상황이다. 나는 남은 일 조금만 더 정리하면 되는 상황인데, 이건 뭐란 말인가.


예전의 나는 어떻게든 초안이라도 작성해서 보내고, 그룹장에게 상황 설명 메신저를 보내놓고. 참조로 이메일 넣어가며 이메일을 보내고 퇴근했을 것이다. 그리고 좀 일찍 퇴근해서 즐길 금요일 오후를 뒤로 미루고.. 아쉬워했을 것이다. 내 파마는 또 밀리는구나.



3. 나 먼저 생각하기.


내 것을 먼저 포기하고, 타인의 일을 먼저 넣어주는 것은 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순간에 나는 나에게 참 무례한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다른 사람에게는 온갖 배려를 베풀고 말이다. 사실 배려의 포장 아래 신데렐라 컴플렉스가 깔려있었던 것인데.


사실 40대가 되면서, 나는 먼저 더 생각하게 된 계기는 체력과도 연결된다. 나는 이제 체력이 그리 많지 않다. 나를 위해 쓸 체력도 모자라서, 타인을 위해 무언 가를 내어주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서 거절이 더 쉬워지는 것 같다. 안 하는 것보다 못하는 부분이 늘어나기에.


그리고 거절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지 않은 나는 자연스럽게 단 번에 거절하기까지 꾀나 오래 걸렸다. 30대 중반부터 나름 노력했지만, 지금처럼 나를 먼저 생각하고 거절하는 습관은 40대가 되어서야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거절도 해본 사람이 하는 거더라.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지만, 지난 30대를 떠올리면 서서히 변한 것 같아도 결과론적으론 많이 변해 있다고 생각한다.


타인보다 본인께 친절한 사람이 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