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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검은개입니다.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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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짓다, 5] 자장가
그녀는 잠이 왔다. 작은 봄볕 드는 작은 도서관의 작은 소파에 한쪽 팔을 베개 삼아 모로 누웠다. 문 닫을 시간이 되고 사람들은 하나둘 도서관을 떠나고 그녀는 깨어나질 않았다. 그녀를 지켜보던 도서관을 지키는 소녀는 조용히 어지르진 시집을 정리했다. 그녀가 혹시나 깨지 않을까 숨소리를 숨기고 시집을 가지런히 세웠고 초침이 째깍째깍 칸칸이 도서관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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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25. 2025
[시 짓다, 4] 잔영에 잔영을 겹치면
자리에 빛이 쏟아졌다. 눈 뜨기 위해선 미간을 찌푸려야 한다. 그러자 번진 빛 가운데 동그란, 저렇게나 동그랄 수 있나 싶은 해가 보였다. 너무 보면 눈이 나빠질까 눈 깔고 아래를 보니, 바닥에 해가 보인다. 잔영. 눈 감으니 감은 어둠에서도 보인다. 내가 너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니 네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는 거니, 잊지 마세요. 잊을 건가요. 동그라미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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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8. 2025
[시 짓다, 3] 크림 카스텔라
경주엔 크림 카스텔라가 능처럼 두 개 있었다. 첨성대를 돌로 쌓던 첫날에도 크림 카스텔라는 연초록빛 발하며 보드랍게 있었다. 경주를 찾은 그가 크림 카스텔라를 손끝으로 살포시 만지더니, 깜짝! 놀라며 이렇게 촉촉하고 보드라울 수가! 감탄을 아끼지 않았고, 이렇게 촉촉한 크림 카스텔라가, 그것도 두 개나, 두 손으로 만질 수 있다는 것에 엄지와 검지는 바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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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7. 2025
[시 짓다, 2] 그녀의 지구본
그녀는 완벽하게 동그랗지 않은 지구본을 두 개 가졌어. 남들보다 유독 봉긋한 쌍둥이 언덕에 하나씩 지구본을 놓았지. 지구본엔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을까? 세계지도를 보기 위해 만든 지구본이 아니라, 손으로 살살 매만지며 달래며 입술을 대며 빨며 생의 감각을 깨우기 위한 지구본이었어. 그래도 지구본은 지구본이라고, 가까이 다가가 물끄러미 응시하면 물줄기가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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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16. 2025
[시 짓다, 1] 낮술
아는 것이 많아 슬프고 모르는 체할 수 없어 아팠다 낮이었고 술집이었는데 술병이 반쯤 비어 있었다 서로의 얼굴을 한참 응시했으나 물끄러미 보았으나 좀처럼 선명해지지 않았다 낮에 술을 마신다는 것에 소리 없이 번갈아 웃었고 접시 위 갓 잡은 살점에 사그라든 혈관이 선명하고 몇 개의 반찬이 정갈했다 어디서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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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 07. 2025
[문장 새, 6]
눈이 귀하다. 위에 살 때는 또 내리는군. 아래로 조금 내려왔다고 또 여기만 안 내리는군. 1월이 지나가고 2월이 다가왔는데 아침에 거실 큰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눈이군. 첫눈인가. 눈이 언제 사라질지 몰라 조바심이 났다.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가, 어디로 가지? 시동을 걸고 천천히 출발했다. 앞을 닦아주는 와이퍼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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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10. 2025
[문장 새, 5]
보리수 열매 같은 게 희끗희끗 보이다가 모기 중에서도 독하다는 산모기라 새빨간 물감 한 방울 한지에 번지듯 뜨거워진다 한 군데라 느낀 곳이 둘 셋 늘어갈 때 이상하게 모기가 안 문다는 당신의 웃음소리가 어찌나 청량하던지 바람 부는 산길을 함께 걸었다 솔은 왜 솔인지 청설모는 왜 설인지 어둑해지는 잎사귀 밟으며 숨는 땅거미를 따라갔다 내려오는 행인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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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4. 2025
[시 잇다, 5] 어떤 그림, 이병률
미술관의 두 사람은 각자 이 방과 저 방을 저 방과 이 방을 지키는 일을 했다 사람들에게 그림을 만지지 못하게 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는 좁혀졌다 자신들은 서로를 깊게 바라보다 만지고 쓰다듬는 일로 바로 넘어갔다 두 사람은 각자 담당하는 공간이 있었지만 두 사람은 꼭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나란히 공간을 옮겨 다녔다 그림이 그 두 사람을 졸졸 따라다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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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24. 2025
[문장 새, 4]
그가 죽을 때 그렇게 슬프지 않았다. 때리는 그가 싫었고, 욕하는 그가 싫었고, 매일 술에 취한 그가 싫었다. 몸이 약해 병들고, 간경화로 간 잘라내고, 발가락 썩어 절단하고, 손가락이 절단되고, 그처럼 바득바득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미워하고, 증오했다. 집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고, 군대를 집에서 다닐 수 있었지만, 일부러 멀리 지원해 경기도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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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8. 2025
[시 잇다, 4] 바다 무덤, 손택수
뱃속에 있던 아기의 심장이 멎었다 휴일이라 병원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 동안 식은 몸으로 이틀을 더 머물다 떠나는 아기를 위해 여자는 혼자서 자장가를 불렀다 태명이 풀별이었지 작명가는 되지 말았어야 했는데, 무덤으로 바뀐 배를 안고 신호가 끊어진 우주선 하나가 유영하는 우주 공간을 허우적거린 이틀 그후 여자는 어란을 먹지 않았다 생선의 눈을 마주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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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08. 2025
[문장 새, 3]
사랑은 왜 사랑이지, 살에 앙 붙어 사랑되었나, 저곳 소슬바람 타고 살앙 이곳 사랑되었나, 그래 살앙, 살다가 살아가다가 슬그머니 기울고 뻗은 팔은 어긋난 턱처럼 삐걱거리고 가벼운 포옹조차 멀어지는 철제 의자에 앉아, 앙앙 고개 떨궈, 스스럼없이 살기 힘든 건 당연한 거지, 걸까, 그래도 살앙, 살이 스며 삶이 되고 사랑이 살랑거려 삶을 울리는 걸까, 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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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5. 2024
[시 잇다, 3] 이별 1, 이성복
당신이 슬퍼하시기에 이별인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던들 새가 울고 꽃이 피었겠습니까 당신의 슬픔은 이별의 거울입니다 내가 당신을 들여다보면 당신은 나를 들여다봅니다 내가 당신인지 당신이 나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별의 거울 속에 우리는 서로를 바꾸었습니다 당신이 나를 떠나면 떠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입니다 그리고 내게는 당신이 남습니다 당신이 슬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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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5. 2024
[문장 새, 2]
발가락 사이에 모래알 묻히고 다시 멀어진다 다가가고 멀어지고 다가가다 사라지고 하얀 손길의 감각만 남긴 채 다시 멀어진다 맨발로 서 있었다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드러내고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파랗고 검고 하얀 눈썹이 아무렇게나 흩날리는 걸 보며 간혹 눈물을 떨구기도 했다 희미하게 웃기도 했다 맹물처럼 서 있기도 했다 발끝 가지런히 잘린 발톱 가장자리에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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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24. 2024
[문장 새, 1]
전화가 온다. 엄마다. 일 도우러 주말에 오라고 한다. 매주 오라는 눈치다. 네 시간 걸리는 영주에 살다가, 두 시간 걸리는 대구로 왔으니 그럴 수 있다. 지난 주말엔 연수 간다고 못 갔다. 연수는 다음에 가도 되지 않느냐며 다투었다. 아내에게 이번 주말 남해 가도 되는지 묻는다. “아들 왜 장가보냈냐며 차라리 이혼하라고 하지!”라고 말한다. 어제 장염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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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7. 2024
[시 잇다, 2] 사찰 가는 길, 강지이
흰 꽃이 만개한 배나무들 아래에서 눈을 떴을 때, 아무래도 내가 오늘 오후의 가장 밝은 빛 중 하나가 되었다고 햇빛이 눈에 가득하고 벌들이 윙윙대며 배꽃 사이사이를 지나간다 근처를 지나가던 아이들이 그들의 보호자에게 나도, 나도 하며 옆으로 밀려들어오듯이 눕는다 어린 눈들에 햇빛을 가득 담은 채 까르르 웃었고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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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7. 2024
[시 잇다, 1] 무서운 속도, 장만호
다큐멘터리 속에서 흰수염고래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 죽어가는 고래는 2톤이나 되는 혀와 자동차만한 심장을 가지고 있다고 나래이터는 말한다 자동차만한 심장, 사람이 들어가 앉을 수도 있는 심장. 나는 잠시 쓸쓸해진다. 수심 4,812미터의 심연 속으로 고래가 가라앉으면서 이제 저 차 속으로 물이 스며들고 엔진은 조금씩 멎어갈 것이다. 그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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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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