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촉진하는 밤』(김소연)
*오늘은 화분의 귀퉁이가 깨진 걸 발견했는데
깨진 조각은 찾지 못했다
어제는 깨진 조각을 본 듯도 했다
베란다에서 햇살을 받고 반짝이는 조각이
어디선가 본 듯 익숙했는데
날카로워 아이가 다칠까 봐
휴지에 감싸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버려야겠네
심어 놓은 건 어떡하지?
접시의 이가 나간 걸 발견하면
쓸만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쓰레기통에 버렸었다
깨진 것이 집에 있으면 불운이 온다고 믿은 탓이다
거울은 버렸어? 왜 그거 있잖아
여름에 모기 잡는다고 빗자루 휘둘렀다가 깨진 거울 말이야
잘 보이지도 않는 금을 찾아
언제 바닥에 조각이 떨어져 살을 파고들지 모르니
빨리 버리라던 말이 생각났다
여전히 그 자리에 그 거울은 있었다
오늘은 폭설이니 외출을 자제하라는 아파트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오늘은 아이가 창밖을 보며 밖에 나가자고 조른다 오늘은 홈쇼핑에서 하얀 곰 탈을 쓴 사람이 나와 최대 한파라며 1+1으로 파카를 구매할 마지막 기회라고 부추긴다
우와! 원 풀 원이래! 살까?
오늘도 세상은 여전히 나빠지고 있었다
깨진 거울 조각은 먼지처럼 작을 것 같았고
이미 살을 파고들어 혈관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은 발견하지 못했다
화분부터 버리자고 화분 깊숙이 박힌 나무를 조심스레 빼내니
뿌리에 흙이 매달려 딸려 나왔다
밖에는 여전히 폭설이고 귀퉁이가 깨진 화분은 갈 곳을 잃었다
내일 버리자
내일은 무엇을 발견할지 아무도 몰랐다
*「2층 관객 라운지」(김소연) 첫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