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식물을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

햇빛의 중요성

by 이설

식테크의 기본은 식물 키우기가 무리 없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급해도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면 비싼 식물도 금방 죽게될 것이다. 식테크는 성공하면 몇배의 수익을 창출해주지만 실패할 경우 원금손실 100%에 달하는 하이리스크 투자라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기초적인 식물 상식 및 안죽이는 법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기로 한다.


지금은 식물을 잘 키워 식테크도 하지만 고백컨데

나도 한때는 식물 똥손이었다.


대학생 시절 원룸에서 자취할 때부터 다육이등 식물을 키웠고, 취업을 한 뒤에도 식물의 푸릇함이 좋아 퇴근길에 화원에 들러 맘에 드는 식물을 사다 날랐다. 하지만 잘 키우려는 내맘과는 달리 야속한 식물은 이유도 모른 채 한 달도 안돼 잎을 떨구며 죽어나갔다. 그땐 원인을 몰라 그저

'아! 식물은 원래 생명이 짧은가 보다. 죽으니까 식물이지.. 안 죽으면 조화 게?'

이렇게 합리화시키며 계속 쉼 없이 죽이고 사들이고 식물을 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같은 날 구입한 같은 식물이몇 년째 친구집에서 즐 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동안 내가 똥손이라 잘 죽였던 거구나... 나에게 온 식물도 불쌍하니 다신 키우지 말아야지.'

그 뒤로 더 이상 식물을 사지 않았고 잊고 지냈다.


그러다 결혼 후 전세로 작은 집을 얻었고, 나름 인테리어를 한답시고 이것저것 소품을 구입해 배치해보기도 했지만 역시 인테리어의 끝판왕은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플랜테리어라는 말도 있으니까...

'그래! 이번엔 안 죽이고 다시 잘 키워보자.' 남편도 도와주겠다 했으니 이번엔 잘 키워봐야지 생각하며 맘에 드는 식물을 잔뜩 구입해 여기저기 배치해가며 집을 꾸미기 시작했다. 얼마간은 푸릇함에 다시 키우길 잘했다며 흡족했으나 역시나 한번 똥손은 변함없는 똥손이었다. 되풀이되는 연쇄 살식마의 삶... 내 손만 닿으면 왜 자꾸 식물이 죽어나가는지 모르겠지만 결국 고무나무 하나만 남고 나머지 예쁜 식물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빈 화분만이 내가 식물을 많이 키웠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남편과 나는 좁고 어두운 빌라 1층 집에서 탈출에 성공했고 지방 소도시로 이사하며 드디어 내 집 마련에 성공했다! 34평의 넓은 집(물론 내 기준에서^^;)에 고층이었으며 막힘없이 탁 트인 집었다.


하지만 이때는 100일도 안된 신생아를 케어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인테리어고 뭐고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집이 너무 삭막해 보인다며 홈쇼핑에서 파는 식물을 사달라고 졸랐다. 공기정화식물 7종에 12만 원. 처음엔 어차피 죽일식물 뭐하러 키우냐며 극구 반대를 했지만 본인이 알아서 잘 케어할 테니 난 아기에게나 신경 쓰라는 남편의 말에 못 이기는 척 구입을 해줬다. 사실 나도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단지 죽일까 봐 두려웠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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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7종 식물이 배달되어 있고 똑같은 디자인의 화분에 이것저것 각기 다른 식물이 심겨 왔다. 대부분의 화분은 베란다 창가 앞에 뒀고 스투기 하나만 공기정화에 특히 좋다는 말을 듣고 침실에 갖다 뒀다. 그리고 한달 뒤 역시나 침실에 뒀던 스투기가 죽었다. 웬만해서는 스투기 죽이기 어렵다고 하던데 내가 또 그 일을 해낸 것이다. 아니 이번 식물은 남편이 관리했으니 남편이 죽인 셈인가?. 그 뒤로 남편은 회사일에 치여 집에 오면 곯아떨어져 자기에 바빴고 식물은 그대로 방치되었다. 나 역시 신생아를 키우느라 너무 피곤해서 식물에겐 신경을 못써줬고 아주 가끔 생각날 때마다 물 한 번씩 주는 게 다였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고, 육아에 지쳤던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에 짬이 났을 때야 비로소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처음에 안방에 뒀던 스투키만 죽었을 뿐 예상과는 다르게 거실에 둔 나머지 식물들은 하나도 죽지 않고 아주 잘 자라고 있었다. 화분이 비좁을 정도라 아파트 앞에 일주일에 한 번씩 트럭을 끌고 오는 식물 아저씨에게 맡겨 분갈이도 했다. 식물이 잘 자랐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해, 예전과는 달리 이 집에서 식물이 잘 자랐던 원인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떠오르는게 딱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햇빛과 무관심이었다.


그동안 나는 자취할 때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 항상 낮은 층에, 바로 앞에 건물이 있어 커튼을 마음껏 칠 수도 없는 원룸에 살았고, 그런 환경에서 식물을 키웠다. 그건 신혼집도 마찬가지였다. 1층이긴 했지만 반지하와 다름없는 구조의 집이어서 햇빛은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집.


식물에게 가장 중요한 건 햇빛인데 나는 그 중요한 요소를 간과한 채 나 자신이 그저 똥손이어서 죽였다고만 생각한 것이었다. 막힘없이 햇빛이 잘 들어오는 따뜻한 고층의 집에선 별다른 케어 없이도 식물이 알아서 잘 자라주었다. 게다가 아침에 깊게 들어오는 빛이 식물에 특히 좋다던데 동남향인 우리 집은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침실은 잠깐 환기할 때 빼고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늘 암막커튼을 치고 있었다. 침실에서 키우던 스투키가 왜 죽었는지 이제야 원인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왜 식물 잘 키우는 집에선 베란다나 거실 창가에 주루루 식물을 세워놓는지 이해가 갔다. 실제로 식물을 키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햇빛이며 이것은 식물이 생장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물론 스킨답서스처럼 햇빛이 없어도 안 죽고 잘 크는 식물이 있지만 이 식물 역시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면 확실히 성장 속도가 빨리 지는 걸 알 수 있다.


그동안 내가 식물 똥손이었던 이유는 내탓이 아니었고 환경탓이었다. 아무리 식물에 애정이 있다해도 환경이 뒷받침 되어 주지 않으면 식물을 잘 키울 수 없다. 당신이 식물 똥손이 된 이유도 환경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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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구입직후 2022년


위 사진은 홈쇼핑에서 구입했을때 우리집에 온 고무나무 사진이다. 6년이 지난 지금 어엿한 대형나무로 성장해있다.


식물을 안죽이고 잘 키우고 싶다면 일단 집에서 햇빛이 가장 잘 드는곳에 둬야한다. 식물이 작다면 선반을 사서 올려둬도 되고 최대한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두는게 좋다.


분명 이 글을 보고 낙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햇빛이 잘 안 들어오는데 어쩌지?' 하고 말이다. 하지만 걱정하진 마라.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살면 되듯이 우리에겐 식물등이 있으니까! 당장 식물등을 주문해서 식물에게 비춰줘라. 그렇다면 몰라보게 식물이 잘 자랄 것이다.


'햇빛은 잘 안 들어올지언정 식물등 사는데 돈을 투자하고 싶진 않다.' 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19년 차 식집사로서 냉정하게 조언하겠다. '그렇담 식물을 키우지 마라! 어차피 죽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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