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니 동네의 길고양이들이 걱정이다. 하필 겨울이 올 때쯤 새끼를 낳아서 냥냥 울고 있으니 그냥 지나치기가 어렵다. 새로 준비한 통조림을 일회용 그릇에 옮겨 가져다주었더니 까칠하게 굴던 녀석이 웬일로 내 손길도 피하지 않고 곧잘 받아먹는다.
많이 수척해 보이는 이 어미 고양이는 나도 아는 아이다. 언젠가 내가 이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 옆 건물에 사는 분이 말했다. 이 고양이는 벌써 몇 번째 새끼를 낳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고. 아마 몸이 성한 곳이 없을 거란다. 중성화를 하기 위해 구조를 시도해봤지만 워낙 경계심이 심한 아이라 구조에 실패했다고 했다. 문득 그 이야기가 떠올라서 귀를 살펴봤는데 여전히 두 귀는 뾰족하다. 중성화 수술이 아직 안되어 있어 아마 다음에 어디서 또 새끼를 혼자 낳고 이 고생을 할지 모른다.
나는 아직 아이를 가져본 적도 없는 데다가 미혼이다. 언젠가는 나도 결혼을 하고 내 뱃속에 아이를 품을 수 있을까. 아이를 낳고 나면 몸도 많이 망가지고 온 몸이 부서진 것처럼 아프다던데. 육아도 그렇게 힘들다던데. 그래서 첫 째를 낳고 나면 둘째는 계획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던데.
나는 신경도 안 쓰고 통조림을 먹는 고양이를 보며 묻는다. 너는 어떻게 그 힘들다는 걸 몇 번을 해냈니. 따뜻하고 안전한 거처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위험한 동네에서, 무서운 길바닥에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으며 새끼들을 지켜낸 거니. 새삼 말도 안 통하는 작은 고양이에게 존경스러움을 느꼈다. 몇 번을 엄마가 되었다 하더라도 힘든 건 늘 마찬가지겠지. 그게 사람이든 고양이든 말이야. 너무 추워진 날씨에 어딘가 따뜻하게 새끼들을 돌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좋을 텐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는 그저 비어있는 밥그릇에 통조림을 더 채워줄 뿐이다.
아프지 않았으면 한다. 어쩌면 나보다도 훨씬 강하고 용맹할지도 모르는 이 작은 고양이에게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담아 기도한다. 아프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조금 외롭고 힘들더라도 이 겨울을 꼭 버텨내렴. 꼭 나에게 하는 말 같아 눈물이 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