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할 때면 그를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의 입장에서도 생각해보고 어쩌면 내가 이상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하며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들은 나를 이해시키려 하지 않았다. 나 혼자 안간힘 쓰며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고, 혹시나 이런 내 모습에 기분이 상할까 걱정되어 표정관리도 해보았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신경도 쓰지 않았다.
반대로 누군가가 나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을 때는 온갖 단어를 끄집어내서 그들을 이해시키려 애썼다. 입장을 바꿔보는 상황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옛날부터 내가 겪은 일과 생각해왔던 가치관들에 대해 줄줄 읊어댔다. 그렇게 설명해주고 이해시키려 해도 그들이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하면 상처받았다.
왜 그토록 이해시키려 애를 썼을까. 아무도 나를 이해시키지 않을 때에는 내가 나에게, 또 누군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에는 내가 그들에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나는 그렇게도 불안했다. 건강한 사람들은 굳이 자신을 남에게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가 보다. 나는 그조차도 몰랐다. 건강해 본 적이 없어서일까. 이해하지 않으면 멀어져 버릴까 두려워 어떻게든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지나고 보면 그렇게 무리하게 품었던 사람들은 결국 나와 오래 인연을 맺지 못했다. 어차피 이렇게 될 일이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마음을 너무 썼더니 허탈하기만 했다. 조금은 힘을 빼고 살아야지. 너무 손에 쥐고 있으려 하지 말아야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굳이 이해시키려 하지 않아도, 분명 있는 그대로 품어주는 사람은 있다. 멀어질까 불안한 인연은 꼭 쥐고 있어도 멀어지겠지. 힘을 빼고 가만히 있어도, 나의 경험과 가치관에 대해 읊어가며 설득하지 않아도 곁에 있을 사람은 말없이 자리를 지킨다. 나도 나와 같이 불안해하는 누군가에게 말없이 자리를 지켜주고 안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