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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타인을 분리한다

by yeonwoo


가끔 정말 미친 듯이 예민할 때면 누군가의 웃음소리조차 듣고 싶지 않았다. 어디선가 여러 명이 모여서 신나게 떠들며 큰 소리로 웃는 소리가 들리면 인상이 찌푸려지고 짜증이 났다. '도대체 뭐가 저렇게 즐거운 건데?' 세상에 웃을 일이 그렇게나 많나. 나는 이렇게 하루하루가 거지 같은데.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사람들을 봐도 그랬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모토를 갖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멋있다 생각하면서도 저게 가능한가? 그런 척하는 거 아니야? 하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나만 이러고 산다는 걸 인정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이 불행하길 바랐다. 못된 마음을 품고 있으니 사람들을 만날 자신이 없었다. 나보다 살 만한 사람들의 행복한 웃음소리, 건강한 사람들의 긍정의 힘과 같은 것들이 나를 막다른 곳에 밀어붙이고 나의 목을 조르는 것 같았다.


물론 나의 마음이 시커멓게 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런 순간들이 괴로워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그들 곁에 나라는 사람은 굉장히 유해했다. 나조차도 나에게 유해한 사람이었으니 다른 사람은 오죽했을까. 멀리, 아주 멀리에 숨어서 혼자만 검게 타고 싶었다. 온몸에 덕지덕지 붙은 이 검은 잿가루를 들키고 싶지도, 누군가에게 묻히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혼자 있었다.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내가 그 정도로 까맣게 타버린 사람이었나 싶다. 그깟 잿가루 후후 불고 훌훌 털어버리면 그 안에는 여전히 옛날의 내가 있었을 텐데. 아무 잘못도 없는 타인을 시기하고 미워하면서 나의 불행을 더 극대화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못된 마음을 부수고 없애며 다시 나와 타인을 분리한다.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이다. 나는 나대로 분명 행복한 일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나는 행복한 일들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보다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던, 이미 내 곁에 있을 행복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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