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본어 수업 때 “윤서상이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할 때”라고 대답했다. 그때 어떤 감정이 들어서 행복하다 느끼냐고 물으셔서 “안정적인 감정이 든다”라고 했다.
행복하다 느꼈던 순간이 많지는 않지만 나는 평온하고 안정적인 기분이 들 때 행복하다고 느꼈다. 이런 것이 행복인 걸까, 생각이 들 때면 곁에는 항상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게 내 남편이든, 친구들이든, 가족이든. 누군가와 함께였다. “그럼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나요?”라는 질문에는 완전히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었다.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훨씬 많고 그 시간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다만 혼자 있을 때는 외롭고 쓸쓸한 시간이 많았고 나는 단지 그런 감정을 즐겼을 뿐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나는 어제도 그제도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보고 영화도 보고 쇼핑도 즐겼다.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 시시콜콜한 농담 따먹기로 잔잔하게 웃기도 했다. 하루의 마지막엔 늘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의 품에서 사랑한다는 달콤한 말도 들었다.
생각해 보면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하는데, 나는 자꾸만 멀리서 행복을 찾았다. 저 멀리 해외여행을 간다거나 평소에 갖고 싶었던 값비싼 물건을 사는 것으로 행복을 대체하려고 하지는 않았을까. 그보다 더 사소한 것들이 가까이에 있었는데 왜 그동안 그것들을 외면하고 살았을까.
내 입으로 행복은 ’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놓고 결국은 더 먼 곳에서 좀 더 어렵고 좀 더 거창한 것이 행복이라며 엉뚱한 곳을 헤매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야근이 일상인 하루에,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였다. 그 찰나의 순간에 떠오르는 사람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제일 앞 줄에서 내 행복을 누구보다 바라주는 사람이 매일 내 곁을 지키고 있다.
거창한 행복을 바라지 않겠다. 되돌아보면 매일이 행복이었을지도 모른다. 눈치채지 못했을 뿐. 뒤늦게 눈치채더라도 그때의 감정은 내게 다시 피어오른다.
지금은 비록 조금 지쳤을지라도, 내 곁에 당신이 있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