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돌커피
알고 지내던 사람이 카페를 차렸다. 아파트 상가 2층인데 동네 카페 치고는 꽤나 넓게 자리를 잡았다.
와이프와 둘이서 커피도 팔고 가끔 동호회 모임도 할 예정이라며 흐뭇해했다. 나는 커피 한 잔을 주문했다.
평일이라 그런지 나 말고는 다른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새로 오픈한 가게의 사장님은 밝은 얼굴로 자기 카페는 콘셉트가 '맷돌'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데는 이렇게 하는 데가 없다며, 맷돌로 커피를 가는 곳은 동네에서 자기네뿐이라고 한쪽 구석에 놓여있는 맷돌을 가리켰다.
서울에는 이런게 몇 개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 동네에서는 자기 집이 처음이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어떤 원두를 쓰느냐가 7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러니까 원두가 얼마나 신선한지, 그 원두를 어떻게 볶는지, 이 로스팅 과정이 가장 핵심이다.
그리고 커피를 절삭하는 과정, 즉 그라인더로 커피를 가는 과정에서 약 20퍼센트 맛의 차이가 난다. 커피 가루가 지나치게 고우면 본연의 맛을 추출해 낼 수 없다.
나머지 10퍼센트는 커피를 내리는 과정이다. 이건 바리스타의 능력인데, 커피를 내리는 물의 온도와 방법에 따라서 같은 원두라 하더라도 떫거나 쓴맛이 날 수도 있다.
내가 책으로 배운 커피에 대한 이론은 여기까지다.
그래서 진짜 맷돌로 커피를 가느냐고 물었다.
맷돌로 커피를 가는 것과 커피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말하자면 매번 맷돌로 커피를 갈아놓는 것은 아니라며 머뭇거렸다.
손님들은 맷돌로 커피를 갈고 있는 카페로 알고 올텐데 그래도 괜찮은 건지 의아했다.
그는 그냥 우리 가게 콘셉트이니까 상관없을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아니, 그럼 왜 굳이 맷돌커피를 앞에 내세우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악담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내 생각에 이 카페는 그저 그런 동네 카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고민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