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한 걸음씩 삶의 궤적을 바꾸는 법

by 친절한 손원장

주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언젠가 은퇴를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렇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궤적을 바꾸지 못하고 삶에 끌려간다. 현재에 대한 불만족, 미지에 대한 갈망, 노화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내 아이에게는 더 나은 삶을 선물해주고 싶은 욕망 등, 이 모든 생각과 감정들이 한 군데 얽혀서 머리 속은 흙탕물처럼 변해가고 몸과 마음은 늙어간다. 그러는 동안 나를 둘러싼 환경은 자꾸 변해가고 차츰 내가 뭘 원했었는지 그 생각 자체가 희미해져 간다. 그리고 내가 지금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불만만 깊어간다. 그래서 부옇게 흙탕물처럼 탁해진 그 생각들을 원심 분리해 하나씩 살펴보았다.


1. 은퇴가 반드시 필요한가?


우선,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지속 가능한 일인 지에 대한 고찰을 해야 한다. 잠을 줄여야 할 정도의 심한 육체 노동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정신 노동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또한, 지금 하는 일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일은 생계의 수단이지만, 자아 실현의 방법이기도 하다. 현재 내가 하는 일이 하면 할수록 나에게 긍정적인 힘과 에너지를 불어 넣는 일이라면, 나는 죽을 때까지 이 일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반면, 내가 하는 일이 단순히 나와 내 가족의 숨을 붙여 놓기 위한 일이라면, 일을 통해 내가 얻는 성취는 월급 통장에 찍힌 숫자를 넘어서기 어렵다. 이렇게 되면 일을 하면서 생기는 고통스러운 일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승화할 수 없다.

결국 내가 지금 하는 일에 만족하는지 철저하게 고찰하는 것이 먼저다. 만약 지금하고 있는 일이 지겹다면,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일을 준비해야 하는 건지, 아님 내가 하는 일의 테두리 내에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볼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인생을 절반쯤 살았어도, 스스로의 삶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2. “새로운 삶”은 사람에 따라 모두 다르다.


지금 하는 일이 나랑 맞는 일인지에 대한 답을 나만이 알고 있다면, 앞으로 할 일이 나랑 맞는지에 대한 답도 나만이 알고 있다. “몇 살까지 얼마를 모아서 그 이후에는 여행 다니고 시간 나면 봉사나 하고 살지~” 식의 모호한 답은 철저하게 고민하지 않은 결과임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계획은 가급적 구체적이어야 하며, 내 선택이 나의 가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향후의 계획이 나를 포함한 모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포괄적이어야 한다.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상상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 봉사를 할 거면 내가 과연 봉사를 좋아하는지, 어디서 어떤 봉사를 할 건지, 봉사에 들어가는 자원이 얼마나 될지, 봉사 활동이 향후 나의 생계를 위협하진 않을지, 봉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등을 알아야 한다.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다고 해도, 어딜 다닐지, 누구랑 다닐지, 돈이 얼마나 들지, 가서 뭘 할지 등에 대한 계획을 구체화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다니는 것을 내가 좋아하는지?” 를 고민해야 한다. 놀랍게도 우리의 욕망 중 대다수는 우리의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3. 많이 고민한다고 모든 것이 명료화 되지 않는다.


뭐하고 살지에 대한 계획을, 생각만으로 구체화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정말 인생을 바꾸고 싶다면, 변화의 시점을 정하고 그 시점이 되면 계획을 행동에 옮겨야 한다. 일단 실행에 옮기고 나서 새로운 상황에 부딪히게 되면, 새로운 차원의 고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가 개원하고 나서 깨달은 바는, 내가 개원하고 나서 겪었던 수 많은 문제들은 개원하기 전에 머리속으로는 결코 시뮬레이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크다고 생각했던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많았고, 반대로 상상하지도 못했던 문제들은 매일 나에게 의사 결정을 요구한다. 행동을 하지 않고 생각만 한다는 건, 100킬로미터 떨어진 과녁을 오랫동안 미세 조정하여 한 방에 과녁에 맞추겠다는 생각과 같다. 한 번의 고민으로 정확한 사격을 마무리 할 생각을 하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과녁을 향해 걸어가는 것이 훨씬 현명한 판단이다.


4. 사소한 것부터 새로운 것을 시작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삶의 궤적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 삶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이 빚어낸 ‘동적 평형’ 상태이기 때문이다. 살을 빼는 것이 그토록 어려운 것도, 수십년 간 이어온 식습관과 생활 습관을 한 번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로운 시도에 뒤따르는 불확실성은 삶을 위협하는 큰 불안 요인인데 반해, 삶은 한 순간도 포기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현재의 동적 평형을 위협하지 않는 간단한 것들부터 시도해야 한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가까운 뒷산부터 시작해야 하고, 외국어를 좋아한다면 인사말부터 배워야 한다. 작은 시도들을 하다 보면 내가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될 수 있고, 내 삶은 그런 작은 변화들로 더 행복해질 수 있다.


5. 당신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건, 당신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인류 역사를 봤을 때 자신의 삶을 자신이 선택하고, 자아 실현의 방편을 고민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정착생활하기 전의 인류는 말할 것도 없고, 인권이 보편화 된 시기도 백 년이 채 되지 않았다. 나는 북한산에 오를 때마다 북한산성을 이루는 그 큰 돌 덩어리들을 보며, 그 돌들을 날라야 했던 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린다.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을 건데, 그 중 자의로 그 돌들을 그 높은 곳에 나른 사람이 몇이나 되며, 과연 그 중노동에 합당한 보상을 받았을까?

현대 사회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자본에 예속되어 살아간다. 당장 다음 달 생활비를 걱정하는 사람이, 십 수년 뒤의 내 삶을 고민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다. 내 삶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행복한 일임을 깨닫는 것은, 미래에 대한 나의 생각이 흙탕물 같다는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도움을 준다.


어렵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한 생각은 언제나 긍정적이다. 삶은 생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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