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야 새로 잡을 수 있고, 비워야 더 담을 수 있다.
나는 모교를 떠나 안과 수련을 받을 수 있었고, 안정된 직장을 떠나 비로소 내 사업을 할 수 있었다. 내가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쳤다면, 나는 나에게 허락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내가 손에 들고 있는 것들은 애초에 나에게 없었던 것들이다. 누군가 나에게 준 것이다. 그런데, 그걸 놓지 못하는 것은 그게 원래 나에게 있었던 것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몸 뚱아리도 나의 부모님이 주신 것인데, 내가 가진 다른 것들이야 말할 것도 없다. 시간이 더 흐르면, 내 육체와 영혼도 세상에 돌려주어야 한다.
두 손에 공을 꼭 쥐면 두 개 밖에 들고 있을 수 없지만, 내 주위 적당한 곳에 내려 놓으면 수 십,수 백 개도 둘 수 있다. 물론 일부는 굴러가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고, 영영 놓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살아 있는 한 새로운 기회는 언제나 또 온다. 갖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꽉 쥐고 있는 것보다 내 영역 안에 적당히 풀어 놓아주는 것이, 결국 더 많은 것들을 내 주위에 둘 수 있는 방법이다.
타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베풀면 더 크게 돌아온다. 먼가 베풀었을 때 더 크게 돌아오는 것은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베푸는 솔직한 마음도 없진 않겠지만, 가진 것을 베풀 때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만으로도 이미 난 받은 것이다.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하여 베풀지 않는 것은, 내가 쥔 것 말고는 가질 생각이 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카이스트에 700억이 넘는 거액을 기부한 이수영 회장은, “기회는 앞으로 잡으라” 라고 했다. 그녀는 군사 정권이 서슬 퍼랬던 1970년대, 당시 언론 통폐합으로 직장을 잃었던 기자였다. 가진 것을 모두 팔고 대출까지 받아 트랙터를 사서 낙농업으로 부를 쌓았던 그녀는, 안정된 기반이 있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 부동산 업에 진출하면서 더 큰 부를 쌓았다. 기회를 앞으로 잡으라는 그녀의 말은, 가진 것을 쥐고 있다가 새로운 기회가 보일 때 놓으라는 말이 아니라, 기회가 보이면 그 기회를 위해 현재 가진 것을 과감하게 내려 놓으라는 인생이 담긴 충고이다.
난 내 인생이 언제나 설레고 즐거웠으면 좋겠다. 가진 것에 천착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