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의 수필 “은전 한 잎”에는, 한 푼 한 푼 6개월을 모은 끝에 은전 한 개를 기어이 만들어 내는 늙은 거지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돈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전장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은전을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 " 하고 묻는다
. .(중략) … "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돈을 만들었단 말이오? 그 돈으로 무얼 하려하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전 국민이 “똘똘한 아파트 한 채”를 갖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이 수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울 아파트는 은전이고, 강남 아파트는 금화인 셈. 누군가는 큰 빚을 지고 생활 수준을 줄여가며 힘겹게 은전을 손에 쥐려 하고, 누군가는 구리로 된 동전을 들고 남들이 쥔 금화를 오매불망 쳐다보고 있다. 금화를 손에 쥔 사람은 본인이 쥔 것을 은근히 드러낸다. “이것이 정말 은으로 만든 돈이오니까?”라고 남에게 확인 받으려는 늙은 거지와 다를 바가 없다.
공간의 획일화와 가치의 평준화. 어쩌다 보니 우리에겐 남을 이겨서 선망의 대상이 되는 일만 남았다. 다양한 가치가 존중 받지 못한 사회는 미래가 없는 사회이다. “어디 사세요?”라는 질문이 상처를 주는 사회.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