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도는 증가한다.

열역학 제 2법칙과 우리의 인생

by 친절한 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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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학 제 2법칙은 다음 문장으로 간단하게 표현될 수 있다.


“무질서도는 증가한다”


우리는 이를 일상에서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청소를 계속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하루만 놀아도 집안이 난장판이 되고, 짬을 내어 치우지 않으면 책상 위는 점점 어질러진다. 하지만 저 단순한 문장 속에는 훨씬 더 무거운 철학적인 함의가 있다.


우리가 뭔가가 “있다”고 하려면, 주위와는 다른 특정한 ‘질서’가 있어야 한다. 다른 것과 구별되는 질서를 발견하지 못하면, 그건 뭔가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실제로 고도로 ‘질서 있는’ 상태이다. 체온은 36~37도로 일정하게 유지되고, 혈압도 120/80mmHg 전후로 유지된다. 심박수, 혈당, 혈액 내의 산소, 이산화탄소 뿐 아니라 피 속의 수 많은 화학 물질, 신경 세포의 전위 등도 매우 좁은 범위 안으로 질서 있게 유지된다. 이런 질서가 사라지는게 바로 누구나 맞이하는 죽음이고, 그럼 우리의 육신은 있지 않고 ‘없게’ 된다.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건, 결국 이 세상 모든 것이 언젠가는 결국 무로 흩어진다는 뜻이다. 생명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은, 생식 (reproduction)이라는 수단을 통해 계속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수십 억년 동안 수 많은 육신들이 사라졌지만, 많은 생명체가 끝끝내 유전 정보의 형태로 “지금 여기에 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읽고 있는 우리들이 그 증거이다.


“새끼들 때문에 산다”는 건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흩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며, 허무라는 거대한 벽에 던지는 작은 조약돌이다.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위대한 일을 해서 이름을 남기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북한산 바위 벽에 이름을 새긴다. 사람들이 자신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무로 흩어지지 않길 바라는 근원적인 욕망이다.


열역학 제 2법칙을 배우지 않았어도 우리의 본능은 알고 있다. 결국 우리는 흩어진다는 걸. 그래서, 아직 흩어지지 않고 질서 있는 지금을 감사하고 만끽해야 한다. 즐겁게 지내든, 우울하게 지내든, 주변 사람과 사랑하고 지내든, 원망하고 미워하며 지내든, 결국 우리는 없어질 운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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