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것이 승리한다.

故 정주영 회장님의 영상을 보고

by 친절한 손원장

고 정주영 현대 회장님께서 남긴 어록을 바탕으로 만든 영상을 시청하게 되었다. 내가 망막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정주영 회장님께서 사재를 털어 서울아산병원이라는 엄청난 병원을 만들어주신 덕분이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병원에서 망막 분과의 최고 권위자에게 2년 동안 교육받는 행운을 누렸는데, 따지고 보면 정주영 회장님이 아니었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매일 망막 수술을 할 때마다 감사한 마음을 느끼지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는 반드시 이 감사한 마음을 말 만으로 끝내지 않으려고 한다.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 남기신 말씀 중 가장 유명한 말을 꼽자면 바로 “해봤어?” 이다. 이 보다 더 단순 명료한 상황 파악이 있을까? 대답을 듣는 이가 실제로 해봤다면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고, 해보지 않았다면 그 전의 불필요한 말들은 허공에 날려버릴 수 있다. 스스로 배움이 짧았다고 자서전에 고백하셨던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단순하게 생각해야 했다고 말씀하셨다. 현학적인 설명과 두꺼운 보고서도 직접 해봤냐는 단순한 한마디 말 앞에 속절 없이 무너졌다고 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돌리면 놀랍게도 많은 문제들이 풀린다. 될까 안될까 고민하는 것보다, 해봤나 안 해봤나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 전자는 의견에 대한 판단이고, 후자는 사실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이다. 고 정주영 회장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큰 일을 해내는 건 거창한 이론이 아니라, 단순한 행위의 반복이라고. 길이 있으면 한 걸음을 내 딛고,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길을 만들 엄두가 안나면 우선 앞에 한 줌의 흙부터 치워보라고. ‘도대체 길을 어떻게 만들지?’ 하고 고민만 하고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나의 스승님이셨던 윤영희 선생님께서 언제나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손 선생, 환자 눈은 봤어?”

모르는 것을 묻기 전에, 앞으로의 치료 방향을 논의하기 전에, 환자의 눈을 직접 보았느냐는 말이었다. 정주영 회장님의 말씀과 묘하게 닮아 있다. 안과 전문의가 된 지 10년이 되었지만, 지금도 생각과 판단을 하기 전에 언제나 환자의 이야기를 먼저 듣고, 환자의 눈을 먼저 본다.

정주영 회장님 말씀이 맞다. 위대한 것은 단순하다. 단순한 것은 강하다. 강한 것은 오래간다. 오래가는 것이 결국 이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세상이 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