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변하고 있다

by 친절한 손원장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종이에 그림을 그리고 “달러”라고 이름을 붙여서 전 세계에 팔았다. 하지만, 달러의 가치에 의심을 품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은 그들이 갖고 있는 금 만큼만 달러를 종이에 그리기로 약속했다. 이게 1945년 발효된 브레튼 우즈 체제이다.



과연 미국이 그 약속을 지켰을까? 아니요.

미국은 거대한 소련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수 많은 동맹 국가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동맹 국가들에게 미국이 믿을 만한 나라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공산 국가와 앞장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1950년대 한반도에서, 그리고 1960년대 베트남에서. 싸우는 데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피와 돈. 생각보다 길어진 베트남 전의 돈을 대기 위해, 그리고 ‘great society’라는 1960년대 후반 미국 복지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은 엄청난 양의 달러를 종이에 “그렸고”, 급기야 일본이나 유럽이 가진 달러가, 미국이 보유한 금보다 많아지게 된다. 눈치를 챈 영국과 프랑스는 금을 돌려 달라고 했지만, 닉슨 대통령은 그걸 거부했다. 이 때부터 미국은 “마음 놓고” 종이에 달러를 그릴 수 있게 된다.

그 때부터 미국은 금과 상관 없이 필요한 만큼 달러를 발행했다. 다른 나라들은 일해서 달러를 벌고, 미국은 그림만 그려서 다른 나라가 일한 것을 가져가는 이 놀라운 구조가 50년 간이나 유지가 되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달러가 가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가장 강한 강대국이었고, 미국의 국채는 금 만큼 가장 안전한 자산이었다. 중국이나 일본 등의 경제 강국이 돈을 벌면 항상 달러로 (미국 국채로) 국가의 부를 저장해 두었기 때문에 달러의 수요가 항상 있었고,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았다.

달러를 지킬 수 있었던 미국의 묘수는, 석유를 ‘달러’로만 살 수 있게 한 것이었다. 1970년대 두 번이나 오일쇼크를 겪은 뒤, 미국의 엘리트들은 전 세계의 에너지를 석유가 담당하게 될 것이라 확신했다. 미국은 중동에서 안전 보장이 시급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게 무기를 대주고 시추한 석유를 사줄테니 다른 나라들이 석유를 사러 와도 달러로만 결재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석유를 팔아 초과 수익이 나면 그 돈으로 미국 국채를 살 것도 잊지 않았다. 이른바 페트로 달러. 이 때부터 석유 값은 달러로 표시되게 되었고, ‘숨쉬는 것 만큼’ 석유가 필요했던 모든 국가들이 자국 통화를 달러로 바꾸어 석유를 사야했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이 지키는 바다길의 안전이 ‘자유 무역’을 가능하게 했고, 무역의 비용이 떨어지자 많은 나라들이 부를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중추 산업인 석유 산업의 경우, 원유를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받아서,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말라카 해협을 지나, 대만 해협을 지나고, 남중국해를 지나 여수나 울산에 온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서 정제된 석유 제품은 다시 그 복잡한 길과 수에즈 운하를 통해 유럽으로 간다. 만약 특정한 나라가 바닷길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골목 골목 통행세를 내게 되고, 비용을 다 지불한 석유화학 제품은 경쟁력을 잃게 된다. 즉, 무역에 참여한 모든 나라들은 미국이 하는 짓이 고까워도 대안이 없었다.

그런데 상황이 변한다. 2008년 미국 금융 위기를 기점으로, 중국이 더 이상 미국의 국채를 사 주지 않는다. 즉, 달러가 가치를 떠 받치던 거대한 수요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들이 키워낸 중국에 뒤통수를 맞은 미국은 반도체 수출 제한과 관세로 공격했다. 중국은 맞으면서도 버티고 있다. 21세기의 명나라를 꿈꾸는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기술 자립을 바탕으로 에너지 자립과 미국 없는 공급망을 꿈꾸고 있다.

또한 상황이 변한 것은, 미국이 더 이상 해양 경찰의 역할을 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그려서 썼던” 달러는 결국 빚이다. 이 빚에 대한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1년 국방비보다도 많은 금액을 지출하게 되었다. 돈이 부족한 미국은 더 이상 국제적인 분쟁 지역에 힘을 투사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이 군대를 빼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역사에서 알 수 있다. 미국은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당시, 마치 ‘지금의 중동’처럼 얽히고 섥힌 유럽에서 빠져나오고자 했다. 이른바 미국의 ‘고립주의’. 이후 전쟁에 이긴 영국과 프랑스는, 패전국인 독일에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하게 되고, 결국 돈을 찍어내 빚을 갚던 독일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은 엄청난 인플레이션으로 신음한다. 고통 받던 독일 국민은 유태인을 밟아 본인들의 자존심을 세우는 선택을 하게 되고, 또 다시 유럽은 더 큰 전쟁에 휩싸인다.

나는 지금이 2차 세계 대전 후 세계의 지도자들이 전쟁 후의 참화를 애써 수습하려고 정했던 원칙들이 흔들리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힘을 빼면 바로 전쟁이 일어나기 좋은 곳이 바로 한반도다. 모두가 마음을 합쳐도 모자란데, 1찍, 2찍 이렇게 나뉘어 싸우고 있으니 참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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