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코로나 시기. 당시 강남에서는 노안 수술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비싼 인공 수정체 (돋보기를 쓰지 않고 가까이도 볼 수 있게 하는 다 초점 인공 수정체)를 이용해 백내장 수술을 받는데도, 비용을 '실비 보험'을 들어 둔 보험 회사로 하여금 지불케 하여 '내 돈을 내지 않고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돈을 내지 않고 좋은 수술을 받고자 하는 의료 소비자와 수익만 내면 다른 건 상관이 없다는 의료 공급자의 이익이 맞닿자, 폭발적으로 많은 안과들이 생겼고 수 많은 수술이 시행되었다. 어떤 사람은 노안 수술의 유행을 정당한 의료 행위에도 차일피일 지불을 미뤘던 보험회사들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기도 한다. .
누구나 본인의 이득이 극대화 되는 방향으로 행동을 한다. '노안 수술 판'에서도 특정 주체만 잘 못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메타포가 사람과 사회에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는 꼭 지적을 하고 싶다.
1. 의료 보험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매우 악화 되었다.
보험이라는 것은 다수의 선의를 바탕으로 미래의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실손 보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내가 낸 돈 보다 더 많은 돈 따먹기'이다. 특히 노안 수술의 폐해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자 실손 보험회사들은 일시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중단하였는데, “그 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되냐?”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결국 먼저 움직인 놈이 따먹는 게임' 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강화하고 말았다. 정말 필요한 사람을 위해 본인의 가벼운 불편함을 참는 행위는, 모두가 내 돈 먼저 따먹는 판에서 바보 짓이 되었다.
2. 보험 회사로 하여금 지급 거절의 합당한 이유가 추가 되었다.
안 그래도 우리 나라의 실손 보험 지급률은 매우 낮다. 국민의 금융 지능도 낮아서, “무배당”이 “유배당”보다 낫다는 가스 라이팅이 통할 정도 이다. 정당한 보험 청구가 거절되었을 때 미국이라면 바로 소송을 불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에이. 재수 없네” 하는 식으로 욕하고 넘어간다. 모든 걸 돈과 확률로 계산하는 보험회사가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노안 수술 판에서 벌어졌던 과다한 수술과 보험금 청구는 보험회사에게 아주 좋은 핑계 거리가 된다. 안 그래도 어떻게든 보험금 지금을 미루던 보험회사는, “노안 때 처럼 필요 없는 수술을 막 하는 것 아니야?” 라는 식의 튼튼한 논리를 추가로 갖추게 되었다.
3. 의료 공급자인 안과 의사들이 마음에 생채기가 남았다.
초반에 노안 수술 시장에 진입한 일부 안과 의사들은 정말 큰 돈을 벌었다. 대다수의 안과 의사들은 본인들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일했다. 그런데, 노안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아가 노안 수술을 하면 안 되는 환자들까지 봉고차로 나르며 수익을 올리는 강남의 안과들의 행태에 많은 안과 의사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억울하면 너도 해” 라는 식의 뻔뻔함은 덤이었다.
안과 의사들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는 수 많은 시간 동안 수 많은 선량한 일선의 안과 의사들이 쌓아 올린 것이다. 강남의 노안 수술 안과들은 그 신뢰에 빨대를 꽂아 맛있는 국물만 빨아먹고, 건더기는 나머지 의사들에게 던져 버렸다. 망막이 안 좋은 사람에게 노안 수술을 하고, 망막 수술을 하는 나에게 의뢰서 한 장 써서 던진 이도 몇 있다. 초인적인 인내로 참고 지금까지도 수 년 째 그 환자를 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불쑥 불쑥 화가 날 때가 있다.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서민 주거를 외치는 고위 공직자들은 이미 본인들이 자산을 강남 아파트로 채워 놓았다. 이젠 우리 사회에 너무나도 당연한 도덕의 위기 (모럴 해저드). 내 돈 만 먼저 빼 먹으면 되고, 내 집 값만 오르면 되는 이 사회의 끝은 어디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