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집에 이사를 하면서 거실에 맞는 전면 책장을 주문했다. 그런데 책장 업체가 갑자기 배송 날짜를 하루 늦추겠다고 했다. 이사일에 책을 꽂으면 좋은데, 그 많은 책 짐을 애들 엄마가 이사 다음날에 혼자 꽂기는 힘드니 이사 일에 거실 바닥에 쌓아 둘 수 밖에 없는 책들을 책장에 꽂는 걸 도와 달라고 했다. 배송 날짜를 늦출 때는 살살 기는 태도로 부탁을 하던 업체는, 큰 선심을 쓰는 양 원래는 안되는 일인데 이번만 해주겠다고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있었다. 전면 책장이 무거운 만큼 책장 뒤로 콘센트를 빼는 작업이 꼭 되어야하고, 물론 그 콘센트에 전원이 들어오는지 반드시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아뿔싸. 그 들이 가고 난 다음 내가 퇴근해서 집에 와보니 책장 뒤로 빼논 콘센트에 전기가 안 들어오는게 아닌가. 책은 이미 다 꽃혀 있어 무거운 책장을 혼자 옮길 수도 없고 아주 난감하게 되었다.
전화를 했다. 콘센트를 뺄 때는 최소한 전기가 들어오는지는 확인을 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랬더니, 책도 꽂아줬는데 우리가 제공한 콘센트를 연결했을 뿐이지 자기들이 그것까지 확인해야 하냐는 거다. 만약 이사하는 날에 책장이 배달되었으면, 이런 일에 익숙한 내가 놓치지 않았을 터인데, 아이둘을 챙겨야 하는 애 엄마가 그것까지 하긴 버거웠을거다. 그리고 이사짐 센터 인부들에게 책장에 책을 꼽는 일을 시켰을 테니 애초에 그들이 책을 꼽아야 할 일도 없었을 거다.
결국 내가 수 시간에 걸쳐 모든 책을 책장에서 다 내리고, 전기가 연결되는 콘센트를 찾아서 연결한 뒤 다시 책장에 꼽는 작업을 했다. 물론 그들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책장을 만들어 설치해주는 사람이지, 그런 것까지 하는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지만 고객인 나는 책장의 품질과 상관없이 불쾌한 경험을 했다.
사업체를 이끄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고객의 요청을 대하는 그 한 끗 차이가 고객 만족과 불만족을 가른다. 경쟁을 격화시키는 갑질이라고? 경쟁이 싫으면 일론 머스크처럼 남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차를 만들거나 우주로 로켓을 쐈다가 공중에서 떨어지는 로켓을 잡으면 된다. 그런데 그런 건 아무나 못한다. 그러니 고만고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살아남기 위해서 남들보다 한 발짝 더 노력해야 한다. 돈이라는건 쉽게 벌어지지 않는다.
장사가 안 될 때 경기를 탓하는 사람들이 나는 너무나 한심스럽다. 이 세상 모든 일의 원인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 그 어떤 사업체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개선할 점이 있다. 아무리 개선할 점이 없어 보이는 사업장도 하루만 지나면 먼지가 쌓인다. 내가 책장 제작 업체였다면, “다음 고객 때부터는 전선을 뺄 때 전원이 들어오는지 확인하는 프로토콜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답하고 실제로 그렇게 했을 것 같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업체는 다른 업체보다 한 발짝 더 나갈 수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