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과 의사

by 친절한 손원장

15년 전 쯤일까, 환자를 직접 보지 않는 영상의학과에 의대 졸업생들의 지원 열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영상의학과는 환자를 대면하지 않고 이미지만 판독해서 의견을 넘기면 되기 때문이다. 환자를 대면하는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중하다. 배경을 모르는 타인의 성향과 원하는 바를 파악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얻어내면서도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관계를 가급적 길게 이어가면서 다른 관계의 형성의 base를 만들어 내야 한다. 새로운 사람을 대면할 때마다 매 순간 풀어야 하는 끝이 없는 이 숙제는, 의과대학이나 병원에서 배워 본 적이 없는 종합 인문학이다. 만약 이걸 잘 한다면 의업에서 뿐 아니라, 어떤 업종에서든 성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인공 지능 시대가 왔다. 인공지능은 영상의학과 의사들을 위협하고 있다. 안과 이미지만 해도, 망막 의사만 볼 수 있던 황반의 단층 촬영도 이미 인공지능이 훨씬 더 정확하고 더 효율적인 판독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인공 지능이 모든걸 대체하지는 못한다. 환자와 주고 받는 눈 빛, 환자에게 안심을 주는 제스쳐와 미소, 아프지 않게 처치하는 손길은 인공 지능이 아직 따라할 수 없다. 처치나 수술 결과가 좋지 않은 환자들과 함께 감내해야 하는 시간도 인공 지능으로서는 아직 무리이다. 인공 지능이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은 자신의 수술 결과가 좋아도 불쾌할 수 있고, 수술 결과가 안 좋아도 기분이 괜찮을 수 있다. 왜 일까? 수술하는 의사가 나에게 최선을 다하고 나의 불편에 적극 공감했다면 결과가 좋지 않아도 넘어갈 수 있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공 지능이 전문직을 대체할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매일 진료실에서 환자를 직접 만나고 환자 몸에 손을 대야 하는 의사는 그 순서가 뒤로 밀려난다. 사람과의 접촉을 요하는 부분은 끝 없이 이겨내야 할 스트레스가 아닌, 인공지능으로부터 전문가를 지켜주는 마지막 보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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