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그리울 때

by 친절한 손원장

“AI 상담사가 도와드릴게요”

은행일로 급한 전화를 했는데, 자칭 인공 지능 상담사 (A.K.A 자동 응답기)가 나와서 무엇을 원하느냐고 물어본다. 몇 가지를 물어봤지만 말이 안 통하자 슬슬 부아가 치밀던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 상담원을 바꿔주세요”


인공지능의 시대라지만 아직은 사람이 응대하는게 훨씬 더 효율적인 부분이 많다. 왜 그럴까?


1. 업무 처리 속도가 사람보다 느리다. 특히,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민원인이 전화를 한 이유를 찾아내는데 있어, 인공지능은 갈 길이 멀어보인다.

2. 해결책의 제시는 가이드라인에서 나오지 않고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기 시간이 길어져 화가 난 고객에게는 한 마디라도 더 들어주고 뭐라도 더 얹어줘야 한다. 문제가 있어 재차 수술하거나 처치하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사람과 다른 응대가 필요하다.

3. 우리는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택을 할 때, 결국에는 ‘신뢰’라는 메커니즘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정보 접근의 문턱이 낮아진 시대라지만, 모든 정보를 다 아는 상태에서 선택할 수는 없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지 않으면, 불신에 의한 비용은 사회 전체를 잡아먹게 된다.


서비스업에 있어서 인공지능으로 인건비를 줄여보려는 노력은 자칫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가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과의 접점을 늘리는 것이 서비스업에서 살아 남는 방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디지털 피로로 가득한 세상에서 전화를 하면 사람이 바로 받고 문제가 생기면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업체는, 그렇지 않은 업체에 비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모두가 회사의 얼굴을 키오스크로 바꿀 때, 오히려 사람을 더 많이 배치하면 어떨까? 높은 비용을 납득시키는 고품질의 서비스는 진짜로 성공이 어려울까?


물론, 앞의 한계들 마저 인공지능이 모두 극복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바둑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30여 년 전, 바둑판 위의 경우의 수는 무한하기 때문에, 컴퓨터가 사람을 이기려면 앞으로 수 십년은 걸릴거라고 하셨다. 그리고 2025년 지금, 사람은 더 이상 바둑에 있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다. 언젠가 내 아이들이, “아직도 사람이 눈 수술을 하는 곳이 있어요?” 라고 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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