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2025년을 마무리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김건모 콘서트에 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션이고 수 많은 공연 경험이 있는 베테랑답게 그는 공연 시간을 즐겁게 채워 주었다. 다만 날씨가 매우 추웠고 관객들의 나이도 50~60대가 주가 되다 보니 가장 신나게 춤추고 즐겨야 하는 앞 자리 사람들도 차분히 앉아서 공연을 즐겼고, 가수 본인도 60이 다되는 나이에 힘에 좀 부쳐보여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살짝 가라 앉았다. 그 때 가수 김건모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되 뇌이는 말이 앞자리에 있던 나에게 들렸다.
“놀자! 놀자!”
3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가수에게도 대형 공연은 분명 부담일 거다. 구설수에 올랐다 복귀하는 무대이니만큼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부담도 될 거고, 그렇다고 나이가 있는 관객을 데리고 분위기를 띄우기도 만만치 않았을 거다. 사면 초가에 몰린 배테랑이 되뇌인 말은 다름 아닌 ‘놀자’. 어차피 해야할 자기의 일을 즐기자는 거였다.
내가 올해로 벌써 마흔 네 살이 되었다. 그렇게 긴 인생을 산 건 아니지만, 내가 보낸 시간들을 돌이켜 봤을 때 내가 뭔가 이룬 것이 있었다면 그건 대단한 목표를 세운 것 때문이 아니었다. 환자를 치료하는 능력이 늘고 사업체가 커질 수 있었던 건, 그 긴 시간을 꾸역 꾸역 참아내고 노력으로 채워낸 것 덕분이었다. 안하 무인에 일부러 나를 괴롭히는 환자를 만나고도 그 다음 환자를 보고 웃어낸 것,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아 괴로워도 다음날 영향 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은 것,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도 주눅들지 말고 그 다음 영상을 고민하고 찍은 것. 그냥 그런 시간들이 조금씩 쌓인 것 뿐이었다.
인생에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을까. 인생에 있어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묘수는 없는 것 같다. 만약 그런게 있다면 30년 이상 노래를 불렀던 한 베테랑이 알려준 그 한마디 아닐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