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과 인생

by 친절한 손원장

요새는 수영이 참 재미있다. 운동 선수의 자질이 없는 내가 꾸준함을 무기로 도전해 볼 수 있는 것은 1000미터나 1500미터의 장거리 수영이다. 그런데 기초도 아직 안 잡힌 내가 수영을 해본 적이 있다는 자신감 하나로 도전을 했더니 힘만 들고 물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힘차게 팔을 저어도 기록이 나아지지 않고 숨만 차니, 답답해서 수영 기록을 GPT 에게 물어보았다. ‘그래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 좀 만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하지 않겠어?’ 라는 기대에 GPT는 정반대의 답을 했다.


“이렇게 수영하면 안 됩니다. 기록을 신경쓰지 말고, 아주 천천히 가도 좋으니 같은 폼으로 절대 쉬지 말고 한 번에 완주를 하세요.”


사실 나는 완전히 잘못된 방법으로 수영하고 있었다. 전력으로 질주해서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숨이 차서 벽을 잡고 헥헥 대고, 또 다시 전력으로 질주해서 다음 바퀴를 돌았다. 호흡이 가빠지니 폼이 무너지고, 폼이 무너지지 물의 저항을 많이 받고, 물의 저항을 받으니 폼이 더 무너졌다. 막판 가면 속도는 안 나오는데 숨만 차서, 겨우 1000미터 하고 나서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기진 맥진해졌다.


천천히 수영해도 될까? 수영이 아니라 ‘헤엄’이 되진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다시 GPT에 물어봤지만, “폼이 무너지지 않는 바닥을 다지면 기록은 따라온다” 라는 알쏭달쏭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서, 절대로 가속하지 않고, 벽 붙잡고 쉬지 않고, 똑 같은 폼으로 아주 천천히 수영해보기로 했다. 나를 앞서가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옆 레인에서 멋지게 나를 추월해 수영해도 나는 그냥 내가 숨이 차지 않도록 일정하게 수영을 해보았다.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기존 기록보다 3분 정도 더 오래 걸린 기록이 나왔다. 그런데 왠 걸? 숨이 차지 않고 폼도 무너지지 않았다. 똑같이 1000미터를 돌았는데 왜 힘이 안 들지? 좀 더 갈 수 있을까? 나는 같은 방식으로 500미터를 더 돌았다. 천 미터도 힘들어서 기진맥진했던 내가, 1500미터도 크게 숨차지 않고 돌 수 있었다. 몇 번을 반복했더니, 이전에 죽을 힘을 다해 수영했던 것과 비슷한 결과가 “쉬지 않고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GPT는 이렇게 평가했다.


“한 단계 큰 도약을 했습니다. 폼이 무너지지 않고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뒤쳐지면 어쩌지? 내가 서 있는 위치가 너무 초라해 보이면 어쩌지? 라는 조바심에 전력으로 팔을 휘젓는다. 그럼 금방 숨이 차고, 생활은 무너진다. 멋지고 빠르게 헤엄치는 사람을 보고 갑자기 가속을 하는 것은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뭘 샀다더라 하는 말을 듣고 본인과 맞지 않는 선택을 내리는 것이다.


자기 속도로 가도 늦지 않는다. “이렇게 천천히 가도 될까?” 하는 속도로 수영했지만, 올바른 폼을 유지하고 쉬지 않았더니, 전력으로 질주했던 것과 결국 비슷했다. 남들의 대단한 성공을 부러워하지 말고, 올바른 삶의 방식으로 또 하루를 살아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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