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할까?

by 친절한 손원장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가 2026 다보스 포럼에서 한 연설을 듣게 되었다. 그가 했던 말 중 인상 깊었던 말들을 여기에 적어보려고 한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다. 세상 모든 것을 의심하고 부정해도, 현재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존재 만큼은 절대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데카트르 철학의 시작점이었다. 그에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은 존재의 정의였다. 그런데 생각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생각을 ‘언어’로 한다. 만약 생각이 언어 구성 성분 (유발 하라리는 이를 ‘토큰’이라고 표현)의 논리적 나열이라면, 인공 지능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지금 내가 쓰고 있는 GPT 5.2는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논리적으로 언어를 나열할 수 있다. 심지어 유발 하라리는 그의 대 히트작 ‘사피엔스’의 최신판 머리말을 GPT 가 쓴 글로 시작하면서 독자들을 당황하게 하기도 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인류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지구 곳곳을 장악하고 모든 대형 표유류를 남김 없이 멸종시킨 원동력으로 ‘언어를 통해 생각’하는 능력을 꼽았다. 생각을 하는 사피엔스가 국가나 종교 같은 개념을 상상할 수 있게 되고, 150명이 넘는 대규모 집단이 가능하게 된다. 그 결과 호모 에렉투스나 네안데르탈인 같은 소규모 집단의 형제 뿐 아니라, 화석으로만 남겨진 아메리카 대륙과 호주 대륙의 모든 대형 포유류는 사피엔스를 만나는 족족 멸종을 당했다.


GPT 가 나온지 몇 년 되지도 않았지만, 인공 지능은 언어의 나열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시험을 치르고, 증권맨은 인공 지능의 도움을 받아 주식을 거래한다. 환자들은 본인의 증상을 인공지능에 먼저 물어보고, 의사들은 애매한 케이스들을 진단할 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다. 어려운 생각만 물어보는 것도 아니다. 매일 달라지는 감정, 간단한 연락 등도 인공 지능의 도움을 받는다. 정말이지, 인공지능은 우리 대신 생각을 한다.


데카르트의 말 대로 생각을 해야 존재하는 거라면, 인공 지능에 서서히 물들어가는 우리는 과연 온전히 ‘존재’하고 있을까? 우리 대신 생각을 해주는 인공 지능도 ‘존재’하는 것 아닐까? 우리는 인공 지능이 ‘생각’하게 그냥 두어도 되는 걸까? 인공지능은 ‘생각’은 해도 되지만 ‘존재’하게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우리의 의사소통을 각자의 인공 지능이 대체한다면, 우리에겐 도파민을 좇는 껍데기만 남게 되는 걸까?


참고로, 이 글은 GPT 가 쓴 글이 아님을 밝힌다. 나는 아직 나로 존재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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