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장의 인간극장 -1 편

기억에 남는 고마운 환자들

by 친절한 손원장


여기 80이 넘으신 신사분이 계신다. 8년 째 양안 황반 변성으로 치료를 받고 계신 분. 양쪽 눈에 기약 없이 주사를 맞아야 하니 얼마나 무섭고 답답할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어르신이 한동안 병원에 못 오셨다. 너무 나빠진 눈에 주사를 하려니, 색소상피박리라는 무서운 합병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치료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좀 일찍 오시지 그러셨냐는 아쉬움의 표현에, 그 때 처음으로 본인의 사정을 토로하셨다.


“치매 걸린 아내를 20년째 돌보고 있는데, 이제 곧 하늘 나라 갈거 같어”


아내의 죽음을 앞둔 남자에게 눈 주사 치료가 무슨 대수일까. 오늘 눈을 치료해도 괜찮겠냐는 물음에 선생님 하시는 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셔서 결국 눈에 주사 치료를 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걱정했던 색소상피박리가 생겼다. 다음 내원 때 시력이 오히려 더 떨어져 환자에게 불만을 들을 각오를 하고 있던 나는, 진료실에 들어오는 어르신의 편안한 표정이 낯설기만 했다.


“잘 보내주고 왔수다.”


20년의 병수발을 마친 어르신의 얼굴에는 슬픔과 편안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주사 치료 후 합병증이 생겼고, 송구하다는 설명에 어르신께서 이렇게 답하셨다.


“인제 쳐다볼 아내 얼굴이 없으니 그냥 저냥 보여도 되. 의사 양반 너무 애쓰지 말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치료하는 눈은 구실일 뿐이라고. 눈을 통해 만나는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도움을 주는게 진짜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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