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백성 민(民).
이 글자는 백성을 뜻하지만, 글자의 형상을 들여다보면 섬뜩하다. 눈(目)에 꼬챙이(丨)를 들이댄 모습이기 때문이다. ‘본다’는 것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힘이었다. 한쪽 눈을 잃는다는 것은 공포를 각인당하는 일이었고, 동시에 저항 능력을 상실하는 일이었다. 안약도 수술도 없던 시대에 다른 쪽 눈마저 위협받는다는 것은, 곧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실제로 인권 개념이 없던 시대에는 이런 조치가 공포 정치의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대항하는 노예의 한쪽 눈을 제거해 저항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그 모습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순응을 학습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한쪽 눈을 잃어도 노동은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시야는 좁아지고 입체시는 떨어지지만, 시키는 일은 할 수 있다. 전투력을 제거하고 노동력만 남기는 것. 이것이 ‘民’이라는 글자가 품고 있는 잔혹한 합리성이다.
인권이 자리 잡은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 물리적으로 눈을 위협하지 않는다. 대신, 여러가지 방식으로 눈을 가린다. 하루 종일 무의식적으로 넘기는 쇼츠 영상, 끊임없이 주의를 잡아끄는 자극적인 미디어, 혹은 자산 가격의 급등락처럼 공포와 욕망을 동시에 자극하는 대상들. 이것들은 지금도 우리 눈 앞에 매일 어른거리는 현대적 꼬챙이에 가깝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매트릭스’에서 Morpheus는 Neo에게 매트릭스가 진실을 감춘다고 했다. Neo 가 “무슨 진실? (what truth?)”라고 물으니 Morpheus는 이렇게 대답한다.
“바로 니가 노예라는 진실 (That you are a slave, Neo)”
시선이 점유된 사람은 질문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것들에게 눈이 가려진 현대의 우리. 당신은 얼마나 자유로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