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도 류시원에게 묻다.
자신의 꿈을 위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청년이 있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일이 멋있어 보여 생명공학 연구자의 꿈을 꾼다는 그. 그는 왜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아닌 연구자의 삶을 선택했을까요?
내 주변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루업(GREW-UP) 다섯 번째 에피소드. 생명공학도 시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안녕하세요. 시원님!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생명공학과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류시원이라고 합니다.
석사 과정을 밟고 계시면 대학원생이시겠네요. 바쁘실 텐데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네 요즘은 연구를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 바삐 지내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연구에만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연구만 집중하다 보면 세상의 흐름을 놓치지 쉽거든요. 저는 바이오 분야를 공부하고 있지만 전기차, 핵융합 등 요즘 떠오르는 과학기술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뉴스를 찾아보며 연구와 세상 일(?)의 균형을 맞추려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하하.
와. 남는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분이시네요. 시원님의 하루 일과가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대학원생이다 보니, 오전 아홉 시부터 오후 여섯 시까지 연구실에서 일을 하거나 수업을 듣고 있어요.
이 시간 동안에는 실험을 하거나 연구실 미팅, 세미나, 업무 등을 소화하고 있죠. 사실, 연구실 근무 시간은 오후 여섯 시까지이지만 일을 미루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오늘 끝내야겠다고 생각한 일들은 모두 마치고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집에 도착하면 늦은 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하교를 하면 연구에 관련된 논문을 읽거나 발표를 준비해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지금 진행하는 연구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남들에게는 쉴 시간 없이 빡빡한 일정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틈틈이 일과 중 남는 시간에 산책을 하거나 주말에는 친구들과 약속을 가지며 스스로를 충전하는 시간도 가지려 노력해요. 그중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휴가가 주어질 때 훌쩍 떠나는 여행입니다.
바이오 전공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를 하고 계시나요?
아 저는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생명공학을 쭉 공부하고 있어요. 지금 재학 중인 대학원에서는 생명공학 분야 중에서도 미생물에 중점을 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호. 미생물에 대한 연구라니 흥미로워요.
미생물들이 산업폐기물을 먹으면서 플라스틱 원료와 같이 가치 있는 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거든요. 가치 있는 물질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미생물의 유전자를 개량하거나 진화시켜야 하는데요. 저는 그 과정에서 미생물을 하나의 공장으로 만들고 있는 연구를 하고 있어요. 조금 더 간단히 말한다면, 공장이라는 게 어떤 재료를 가공해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시설이잖아요. 산업폐기물들을 다시 고부가 물질들로 탄생할 수 있도록 미생물들을 개량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이전부터 관련 분야에 관심이 많으셨나 봐요.
중학교 시절부터 생명과학에 관련된 과목을 좋아했어요. 이유는 딱히 없었지만 다른 과목들보다 재밌었던 거 같아요. 이런 관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다 보니 대학 전공을 선택해야 할 때도 큰 고민 없이 생명공학을 지원했는데,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꽤 흥미롭더라고요.
그럼 직업으로서의 목표도 자연스럽게 관련 직종으로 연결될 것 같은데요.
네 맞아요. 저는 특히 바이오 리파이너리(Bio-refinery) 산업을 육성하는 연구자가 되고 싶어요. 바이오 리파이너리 산업은 식물 자원인 바이오매스를 원료 삼아 화학 제품과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는 기술을 말하는데요. 기존의 산업은 석유를 통해서 많은 연료들과 화학제품들을 생산해왔었어요.
휘발유부터 시작해 플라스틱, 섬유까지 저희 생활 곁에 있는 대부분의 것들이 석유를 통해 만들어진 것들이죠. 그런데 석유 산업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비롯해 각종 환경 문제들을 만들고 있어요. 자원 고갈의 문제도 있고요. 그 심각성은 인류의 숙제가 될 정도로 점점 더 커져 있는 상황이에요. 갑자기 바뀌어버린 기후 변화도 그 때문이죠. 바이오 리파이너리는 이런 기존의 문제들은 줄이고, 기존 석유 산업이 담당하던 역할들은 대체할 수 있어요. 그만큼 최근에는 바이오 리파이너리의 중요성이 크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고요.
맞아요. 최근, 환경오염의 문제들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체감해요. 시원님은 이전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으셨나요?
사실 처음부터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에요. 제가 오랫동안 품고 있던 꿈은 '의사'였어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정말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의사나 약사에 관심이 많았죠. 실제로 약대 진학을 위해 피트를 고심했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생명공학 공부를 하다 보니 그런 생각이 스치더라고요. "지구를 살리는 일이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일이 아닐까?"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연구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던 게요. 지금 하는 연구가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살리는 신약개발 같은 연구는 아니지만, 병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 환경 보호에 일조하는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그래도 막상 대학교 졸업 시기가 다가올 때,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현실(취업)과 대학원을 놓고 저울질하였을 때, 대학원이 쉽지 않은 길이라고는 알고 있었어요. 근데 제 마음이 취업보다는 연구를 생각할 때 설렘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원 진학을 결정했고요.
현실보다는 마음이 향하는 곳을 택하셨군요. 대학원 생활은 어때요?
제가 실험실에서 담당하는 일은 개량된 미생물의 성능을 확인하는 작업이에요. 모든 실험에 대한 시행착오는 스스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 때의 책임도 담당자의 몫이죠. 그럴 때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실험을 성공시키기 위해 매 순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에 평일이든 주말이든 필요하다면 연구실에 나가기도 하고, 쉴 때도 온통 연구 생각뿐이에요. 사실 몸이 피곤하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그런데 지금 하는 연구에 흥미가 많다 보니 기꺼이 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기더라고요. 누군가가 강제로 시킨다면 할 수 없는 일일 거예요. 또, 다행스럽게도 교수님과 주위 동료 연구자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정말 인복이 좋은 것 같아요. 몸은 조금 피곤해도 연구에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는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이런 일상들을 이뤄내기까지,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도 있으셨을 것 같아요.
작년 이맘때쯤이었어요.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고 입학 원서를 준비할 때였는데요. 가고 싶었던 연구실에 원서를 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어요.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도 말이에요. 계속 떨어지다 보니 한 학기를 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불안감이 더 커지더라고요. 저는 한 번도 휴학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쉰다는 걸 스스로 용납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때 기도를 많이 했어요. 기도를 하다 보니 마음에 안정이 조금씩 찾아오더라고요. 그리고 생각했죠.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아.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내자"라고요.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그 결심을 했을 때,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보낸 연구실에서 함께 하자는 답이 온 거예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해 인정할 때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다가온다는 걸 이때 알게 되었어요.
시원님이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내며, 얻어 낸 삶의 근육은 무엇일까요?
이때 얻은 배움이 하나 있는데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면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그때의 저는 대학원 진학에 실패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많이 우울하고 힘들었죠.
순간 나의 실패를 결과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의 저는 없지 않았을까요?
실패는 비참함만 주는 게 아니더라고요. 어떤 순간에는 '받아들여야'하는 마음가짐도 있어야 한다는 배움도 선물했죠. 그리고 실패를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실패는 성장이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저를 찾아올 거예요. 하지만 그 순간들은 더 단단해질 내가 되기 위해 찾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려고요.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바람에 쓰러지는 것처럼 보여도 다시 힘을 얻고 오뚝 일어나는 오뚝이처럼요.
오뚝이 같은 사람! 마지막으로, 시원님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문장이 있다면?
제가 가장 좋아하는 문장은 백범 김구 선생님의 문장이에요.
지금까지 살아 보니 어떤 상황들이 다가왔을 때 그 상황들을 좋다, 나쁘다 판단하는 권한들은 모두 저에게 있었더라고요. 항상 좋고 밝은 세상에서 살 수 없다는 것도 알게 됐죠.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제 마음가짐이었어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는 것과 '어렵겠지만 이 시간을 잘 버티면 더 단단한 내가 될 거야'라고 다짐하는 건 생각에서부터 현재를 어떻게 이끌고 살아야 할지 엄청난 차이가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 차이의 시작이 나의 마음가짐이었다는 걸 알게 됐죠. '행동은 어쩔 수 없지만 반응은 언제나 내 몫이다'라고 말씀하신 김구 선생님의 이야기처럼 하루하루 제 마음을 살피면서 하고자 하는 꿈에 차근차근 내딛다 보면, 어느새 어제보다 단단한 제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언제든, 어떤 상황이든 쓰러지는 것처럼 보여도
금세 일어나는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날 거예요!
지금의 실패는 성장을 위한 과정일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