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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throot Sep 08. 2021

나른한 오후를 연주하다.

보사노바 듀오 브루나에게 묻다.


브라질의 나른한 오후를 노래하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기승전결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 '보사노바'에 빠진 두 사람이 연주하는 삶의 리듬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들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삶의 근육은 어떤 모습일까요.


내 주변 가까이, 삶의 근육을 기르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루업(GREW-UP) 여섯 번째 에피소드. 보사노바 듀오 브루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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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의 음악과 함께 인터뷰 전문을 읽으신다면, 인터뷰이의 이야기를 더욱 깊이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안녕하세요! 소개 부탁드릴게요.

브라질의 나른한 오후를 노래하는 *보사노바 듀오 ‘브루나’입니다.

솜다: 브루나에서 노래하고 기타 치는 솜다입니다.

기현: 브루나에서 플루트와 *퍼커션을 연주하는 이기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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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노바(Bossanova): 새로운 경향, 새로운 감각을 뜻하는 포르투갈어. 삼바에 모던 재즈의 감각이 가미된 음악 장르. 195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 탄생해 60년 초중반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퍼커션(percussion): 두드리고 때리거나, 혹은 흔드는 행위로 음을 내는 악기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보사노바 듀오 브루나는 두 명의 팀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부터 기현과 솜다. [사진제공 = 브루나]


반갑습니다. 요즘 두 분은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기현: 오토바이를 산지 얼마 안 되어서 요즘은 그거 타는 재미로 지내고 있습니다. 병아리 같은 귀여운 노란색 오토바이예요.

솜다: 저도 전동스쿠터를 사서 열심히 라이딩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매일 비가 와서 탈 수가 없어서 슬퍼요.



노란색 오토바이와 전동스쿠터! 말만 들어도 신나는데요. 두 분이 같이 구매하셨나 봐요.

솜다: 사실, 제가 먼저 전동스쿠터를 샀어요.ㅎㅎ 기현은 두 달 전쯤 오토바이를 구매했고요.



그렇군요. 요즘엔 정말 비가 많이 와서 자주 못 타실 것 같아 아쉬워요. 쉬는 시간에는 어떤 활동을 하시면서 충전을 하시나요?

솜다 : 최근에 닌텐도 스위치를 사서 정말 빠져있어요. 특히 동물의 숲이랑 링피트 좋아해요.

기현 : 핸드폰 게임을 하면 근심 걱정 사라져서 대부분의 휴식시간은 핸드폰 게임을 하며 보내고 있어요.

요즘은 브롤스타즈를 즐겨하고 있어요.



두 분 모두 게임을 하면서 충전을 하시는 타입인가 봐요. 솜다님과 기현님은 왠지 예전부터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신 것 같아요.

솜다: 맞아요. 저희는 실용음악과를 전공한 같은 대학 동문이에요.


동문이셨군요. 그 많은 동문들 사이에서 두 분이 듀오를 결성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솜다: 그 많은 동문 중에서 보사노바에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아마 저희들 밖에 없었을 거예요. 장르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다 보니까요. 저희가 브루나로 활동을 시작한 연도가 2016년이었는데, 2014년도에 함께 브라질 음악으로 합을 맞춰 음악제에 나간 경험이 있어요. 그때의 기억이 지금의 브루나를 만들게 해 준 계기가 아닐까 생각해요.


[사진제공 = 브루나]


그럼, '브루나'라는 이름도 그때 탄생한 걸까요

기현: 처음엔 저와 브라질 여행을 함께 다녀온 친구까지 세 명이 팀이었어요. 솜다와 함께 음악제에 함께 나갔던 친구인데요. 사실, 저희 듀오의 이름은 그 친구의 공이 커요. 그 친구가 브라질에서 반했던 여자의 이름이었거든요. 장난 삼아 "그럼 팀 이름 브루나 트리오 어때?"라고 솜다가 제안했고, 재밌어서 그렇게 정해졌어요.


솜다: 맞아요. '우리가 브루나라는 이름으로 성공하면 브라질에 돌아가 다시 대시해보는 거야!'라며 장난 삼아 지은 이름인데 여기까지 왔네요. 그런데 요즘엔 조금 후회하고 있어요. 최근에 흥국생명 배구팀에 브루나라는 선수가 입단을 해서 맹활약 중이라 포털사이트에 브루나를 검색하면 그 분만 나오시거든요... 사람 이름으로 팀 이름을 지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팀 명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담겨있었군요. 많은 음악 장르 중 보사노바를 택하신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솜다 : 보사노바를 만나기 전까지는 성량, 테크닉, 기승전결 등이 있어야 좋은 노래, 잘하는 노래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노래를 하는 매 순간이 싸움 같았고 즐겁지 않았어요. 그런데 보사노바는 그 모든 것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움직이는 음악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저는 보사노바를 부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자유함을 느껴요.


기현 : 보사노바는 재즈의 사운드가 결합된 쌈바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저는 쌈바 음악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보사노바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솜다와 기현은 같은 대학 동문이다. 실용음악과 동문 중에서도 보사노바에 관심이 많았던 둘. [사진제공=브루나]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움직이는 음악. 어떨 때 가장 많이 느끼시나요?

솜다: 노래를 부를 때 가장 많이 느껴요. 지루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보사노바는 기승전결이 없는 것이 제일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이제는 저는 하이라이트가 있는 음악들을 듣다 보면 체력이 소모되더라고요.




보사노바는 그 모든 것이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완벽하게 움직이는 음악이더라고요.
보사노바를 부를 때면 그 어느 때보다 자유함을 느껴요.



아쉽게도 작년은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공연이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기현 : 작년에 코로나로 인해 공연들이 비대면 공연으로 대부분 대체되었어요. 공연이 많이 없었던 건 사실이지만 대신 퀄리티가 높은 공연 영상들을 많이 건질 수 있어서 감사한 한 해였어요.


솜다 : 이제와 돌이켜보면 나름 알찬 한 해를 보냈던 것 같아요. 저희야 워낙 주로 온라인 기반의 콘텐츠들을 제작해 와서 크게 영향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공연은 많이 줄었지만 대신 한가해진 덕분에 새로운 구성의 공연들도 구상하고 앨범 준비도 하며 그 어느 때보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즐겁게 준비할 수 있던 시간이었어요.


[사진제공=브루나]


작년에는 온라인 기반의 콘텐츠를 제작해오셨군요-! 두 분의 부캐는 어떤 모습인 지 궁금한데요.

솜다 : 뮤지션으로서 ‘솜다’이외에도 공연기획사 ‘브루나뮤직’의 대표로 일하고 있어요. 물론 회사명처럼 대체로 ‘브루나’의 일과 관련된 것들이긴 하지만요. 하지만 브루나 일 외에도 브라질 음악 덕후들과 함께하는 팟캐스트 ’온리브라질’, 브라질 음악 축제 ‘제10,11회 온리브라질’의 총 기획 및 제작 등 재밌는 일들을 브루나뮤직을 통해 꾸준히 만들어가고 있어요.


기현 : 부캐… 일은 아니지만 취미로 카포에라(브라질 전통무예)라는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덕후답게 운동까지도 브라질 전통무예를 배우고 있지요 후후.



두 분 모두 부캐마저도 찐(?) 브라질 덕후다워요. 하하. 그런데 솜다님께서 말씀하신 팟캐스트 <온리 브라질>, 브라질 음악 덕후와 함께하는 콘텐츠라고요?

솜다: 브라질 음악이 많이 생소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음악에 흥미를 높여줄 수 있는 정보들이 있다면 좋다고 생각했어요. 알고 들으면 음악에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게 시작된 게 팟캐스트 '온리브라질'이에요. 사비를 써가며 하는 작업이지만 다행히도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즐겁게 임하고 있어요.


브루나의 온리브라질은 팟캐스트/팟빵에서 들을 수 있다. [사진출처=팟캐스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브루나가 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을 텐데, 그때마다 두 분을 지탱하게 해 준 나만의 인생 철칙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솜다 : ‘못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철칙인 것 같아요. 무언가 하는 것에 주저함이 들 때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차라리 못하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곤 해요. 1로 시작하면 2, 3, 4로 나아갈 수 있는데 0인 상태는 무엇을 곱해도 계속 0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저희 유튜브 계정에 <도전! 보사노바 100곡> 콘텐츠를 3년 넘게 올리고 있어요. 거의 모든 영상에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불러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타에 능숙한 줄 알지만 아니에요.

[사진출처=팟캐스트]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기타를 전혀 치지 못했어요. 저는 보컬로 팀에 들어왔었거든요. 처음에는 기타 치는 친구까지 트리오로 활동을 했기 때문에 기타를 쳐야 할 이유도 딱히 없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기현과 둘이 팀을 꾸리게 되면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기타도 없었던 생초보라 막막했지만, '안 하는 것보다 조금 부족해도 실수하는 게 낫다'라고 다짐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는 정말 공연에서 실수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요. 그래도 그런 시간들을 버티다 보니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지금의 솜다가 존재하는 것 같아요.




기현 : 저의 철칙은 “좋은 생각만 하자!”에요. 몇 년 전부터 힘든 일들이 조금 있었어요. 부정적인 생각들에 집중을 하다 보니 그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몸과 정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당연히 안 좋은 생각을 아예 안 하고 살 수는 없겠지만, 힘이 들 때마다 “좋은 생각만 하자!”라는 말을 되새기면 힘든 생각들이 그 순간에 조금 사라지더라고요. 그때부터 이 문장이 제 마음을 치유하는 하는 주문이 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문장이요! 어떤 일을 할 때 완벽한 상황이 주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잖아요. 무언가를 할 때 하지 못할 이유들은 너무나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덧붙이며 계속 나아가는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기현: '음악'이에요. 저는 음악을 만들거나 연주를 할 때 행복해지고 무언가를 시작할 에너지가 쌓이거든요.




1로 시작하면 2, 3, 4로 나아갈 수 있는데
0인 상태는 무엇을 곱해도 계속 0일 수밖에 없잖아요.
뭐든지 시작해보며 다양한 시도에 망설이지 않는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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