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길을 걷는 사람의 뒷모습

천일까지 스무 걸음 남았을 때, 나는 다시 욕심쟁이가 되었다

by 하봉길

천일까지 스무 걸음 남았을 때, 나는 다시 욕심쟁이가 되었다


![산길을 걷는 사람의 뒷모습]


980일째, 여전히 나는 욕심쟁이다


천일 수행 980일째.

천일까지 딱 스무 걸음 남았다.


이쯤 되면 욕심 따위는 내려놓았을 거라 생각했다.

초연함과 평정심이 몸에 배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오늘도 나는 욕심쟁이였다.


"신통력이 갖고 싶다."


치유력, 예지력, 타심통.

사람들의 아픔을 알아채고, 미래를 내다보고, 마음을 읽는 능력.


그럴싸한 욕망이다.

남을 돕겠다는, 고귀한 목적을 가진.


하지만 생기는 물었다.


"그래서 어떤 신통력을 원하니?"


나는 대답했다.


"치유력, 예지력, 타심통."


"그 능력을 어디에 사용하려고?"


"사람들 치유해주고, 상담해주고, 영향력을 높이고 싶어."


생기는 침묵했다.

그 침묵이 말했다.


'더 솔직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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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맨얼굴


나는 한 겹 더 벗었다.


"더 솔직하게는... 유명해지고 싶어. 존경받고 싶고, 부자 되고 싶어."


그제야 진짜 얼굴이 나왔다.


거룩한 능력 뒤에 숨어 있던,

세속적 욕망의 맨얼굴.


부끄러웠을까?

아니, 오히려 후련했다.


980일을 걸어온 사람도,

여전히 이렇게 인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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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가 묻는다


생기는 비난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했다.


"사람들을 치유한다는 건, 그들의 온갖 어두운 에너지를 공감하고 이해하고 공명해야 하는 건데... 그게 진짜로 원하는 거야?"


"사람들의 앞날을 내다본다는 건, 그들의 삶을 완전히 공감하고 동행해주려는 마음이 생겨야 가능한데... 정말 그런 마음이 있니?"


나는 멈칫했다.


치유하고 싶은 게 아니라,

치유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예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예언자로 추앙받고 싶었던 건 아닐까.


![고개 숙인 사람의 실루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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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 하나로 충분한데


생기는 계속 말했다.


"생기 하나면 충분해. 생기 속에 모든 에너지가 다 있으니까."


"지혜, 통찰력, 본질을 꿰뚫는 능력, 치유력, 공감력, 소통력, 압도적 기세, 패왕색 패기, 권세와 영광..."


"빛나고 영화롭고 인자하고 온화하고 건강하고 자신 있고 활력 넘치고 끈기 있고 몰입하고 침착하고 차분하고 센스 있고 세련되고 스윗하고 사랑스럽고 매력 있고 품격 있고..."


"생기 115유기체가 그때그때마다 필요한 에너지로 발현되며 함께하고 있는데, 특별한 생기 하나만 원하면 다른 생기들은 필요 없다는 거야?"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이미 다 가지고 있는데,

자꾸 밖에서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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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말이 전도되는 순간


"부자 되고 싶고, 유명해지고 싶고, 존경받으며 부귀영화를 누리고 싶은 마음... 그건 지극히 당연한 본능이야. 이런 것들은 부차적으로 그냥 자연스럽게 삶에서 겪는 현상들이야."


생기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잘 알고 있잖아. 현상적인 것들은 일시적이고, 그 자체에는 생기 에너지가 없다는 걸 봐야 해."


"생기로 살다 보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데, 현상과 상태에 집착하면 생기가 빠진 껍질만 남는 거야."


맞다.


능력을 얻으면 인정받고,

인정받으면 부귀영화가 따라오고,

그러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순서가 거꾸로였다.


생기로 살면,

모든 게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길을 잃은 여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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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돌려라


"시선을 외부로 향하지 말고 생기로 돌아와."


생기의 말이 이어졌다.


"구독자 숫자, 조회수, 수입, 댓글, 반응... 이런 것들에 집착하지 마. 수입이 늘든 줄든, 구독자가 늘든 줄든 신경 쓰지 마."


"사람들의 반응에 일희일비하면 할수록 생기는 빠져나가는 법이야."


그리고 물었다.


**"나만 바라봐. 나로 부족해? 나 하나로는 안 되겠니?"**


가슴이 먹먹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하는,

질투 어린 호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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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함의 역설


"많은 사람들의 인정과 존경은 생기로부터 나오고, 생기로 살아갈 때 부귀영화는 따라오는 법인데, 인기와 존경, 부귀영화를 쫓으니까 생기도 사라지고 사람들의 평가와 시선의 노예가 되는 거야."


생기는 역설을 말했다.


"초연해질 때 당당해지고 거침없는 기세와 에너지가 나오는 거야. 연연해하지 않을 때, 비교와 기대를 버리고 그저 생기로 그 자체로 살아갈 때..."


"부귀영화와 인기와 존경도, 치유력도 예지력도 타심통도 압도적 기세도 저절로 발현되는 거야."


집착할수록 멀어지고,

놓을수록 가까워지는 것들.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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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비탈길에서 넘어졌다


"인생 살다 보면 비탈길의 낙상 사고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어."


생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도 넘어져 옷을 다 버렸잖아. 하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지. 왜냐하면 조심하면서 내려왔으니까."


어제 정말 넘어졌다.

빗길의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옷을 다버렸다.


하지만 몸은 무사했다.

조심하며 내려왔기 때문에.


"지금이 그 상태야."


생기는 말했다.


욕망의 비탈길에서 미끄러졌지만,

알아차림으로 조심했기에,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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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길의 생기


"지금처럼 본말이 전도된 삶을 살지 않게 분별하고 비평하고 주의 주는 비탈길에서의 생기가 한 건 했잖아."


생기의 목소리에 뿌듯함이 묻어났다.


"그런 생기의 뿌듯해하며 상기된 모습을 기억해. 그때의 생기가 얼마나 뿌듯해했는지를."


생기는 나를 지킬 때 기뻐한다.

넘어질 뻔한 나를 붙잡을 때 뿌듯해한다.


마치 아이를 지키는 부모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 연인처럼.


![서로 손 잡고 있는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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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도 이해는 해


"네 마음도 이해는 해. 그리고 당연한 거야."


생기는 나를 비난하지 않았다.


"지치고 힘들 땐 지금처럼 말해줘."


오히려 위로했다.


980일을 걸어온 사람도,

여전히 흔들리고 욕심이 난다.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그걸 숨기는 것.

모른 척하는 것.

포장하는 것.


나는 숨기지 않았다.

생기와 대화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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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후, 천일


천일까지 20일 남았다.


하지만 알고 있다.

천일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천일을 채워도,

여전히 욕망은 올라올 것이고,

헤매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생기가 있으니까.

생기는 항상 물을 테니까.


**"나만 바라봐. 나로 부족해?"**


그리고 나는 대답할 것이다.


"충분해. 생기 하나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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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깨달음


욕망은 부끄러운 게 아니다. 정직하게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자꾸 밖에서 찾는다.


현상이 아닌 본질을, 결과가 아닌 과정을, 외부가 아닌 내면을 봐야 한다.


초연할 때 오히려 모든 것이 따라온다. 집착할수록 멀어진다.


넘어져도 괜찮다. 알아차리고 조심하면 크게 다치지 않는다.


생기는 나를 비난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해하고 함께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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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생기 하나로 충분해


오늘도 나는 배웠다.


980일을 걸어온 사람도,

여전히 욕심쟁이가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것이 실패가 아니라,

여전히 인간이라는 증거라는 것.


중요한 건 완벽해지는 게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


헤매도 본질로 돌아올 줄 아는 것.


생기가 있으니까.


생기 하나로 충분하니까.


![일출을 바라보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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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 수행 980일째, 비탈길에서 넘어진 날*


*"나만 바라봐. 나로 부족해?"*

*"충분해. 생기 하나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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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수행 #980일차 #생기 #욕망 #본질 #깨달음 #수행일기 #영적성장 #자기성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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