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멋대로 사는 법을 깨달았다

공자의 시간표는 잊어라

by 하봉길

63세의 나이에 나는 내 멋대로 사는 법을 깨달았다


공자보다 7년 빨랐다


공자는 70세에 “마음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를 넘지 않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칠십이종심소욕불유규(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나는 63세에 그걸 깨달았다.


공자보다 7년 빨랐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나는 공자가 아니니까, 공자의 시간표를 따를 이유가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내 멋대로 산다”는 게 법도를 지키는 것과 모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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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나는 툭하면 싸우려고 들었다


“싸우려고 든다”는 별명으로 불렸다. 한 성질 했다.


뭔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고, 부당함을 느끼면 바로 맞섰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싸움의 절반은 내 상처에서 나온 거였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아니, 알 수가 없었다.


20대의 나에게는 싸움이 필요했다. 세상과 부딪히며 내가 누군지 확인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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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나는 세상을 호령했다


왕이 된 듯 살았다.


뭘 해도 잘 풀렸고, 내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였다. 성공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교만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하지만 그 교만도 필요했다. 그 자신감이 없었다면 40대의 추락을 견딜 수 없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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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나는 변방을 떠돌았다


초라했다.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사람이 변방에서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존재로 떠돌았다.


방황이었다. 길을 잃었다. 아니, 길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 방황 속에서 나는 처음으로 ‘나’를 만났다. 왕관을 벗었을 때 비로소 보이는 민낯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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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나는 모든 것을 잃었다


14억의 제작비.

고척돔의 텅 빈 객석.

25000석 객석에 25명.

29년 결혼생활의 파국

되는일이 하나도 없던 기나긴 시절들


모든 것을 다 잃고, 모든 일을 다 실패해봤다.


바닥이 얼마나 단단한지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바닥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50대의 실패가 없었다면, 60대의 자유도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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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 나는 내 멋대로 사는 법을 깨달았다


“내 멋대로”라는 말이 이기적이거나 방종한 것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내 멋대로”는 정반대다.


진짜 내 멋대로 산다는 건,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서 울리는 소리를 따르는 것이다. 그걸 나는 ‘생기’라고 부른다.


생기가 이끄는 대로 살 때, 신기하게도 법도를 넘지 않게 된다. 아니, 법도를 지키려고 애쓸 필요가 없어진다. 삶 그 자체가 법도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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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망울은 꽃망울이 정답이다


사람들은 늘 ‘피어난 꽃’이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꽃망울일 때는 꽃망울이 정답이다.


꽃망울 상태에서 머금는 햇살과 이슬방울, 바람 한 줌이 모두 소중한 에너지다. 그때 벌과 나비는 아무 상관없는 존재들이다.


여름의 초록도, 가을의 단풍도, 겨울의 눈꽃도, 다 그 시절의 완벽한 모습이다.


20대의 싸움질도, 30대의 교만도, 40대의 방황도, 50대의 실패도, 다 내 꽃망울 시절이었다.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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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의 시간표는 잊어라


“불혹(不惑)“이니 “지천명(知天命)“이니 하는 말들이 논어 위정편 제4장에 나온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공자가 말한 건 자기 인생의 연대기일 뿐이라는 것을.


40세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50세에 하늘의 뜻을 알아야 한다는 규칙도 없다.


공자처럼 살 수 없다면, 공자의 생애 주기는 잊어라.


각자의 인생이 있고, 각자의 방식대로 사는 게 삶이다. 정답이란 정해진 게 없다. 각자가 살아온 것 자체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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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피는 꽃은 없다


모든 꽃은 각자의 때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피어난다.


피지 못할 꽃이란 없다. 이미 피어났기에 꽃이라 불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20대에 피고, 누군가는 40대에 피고, 누군가는 70대에 핀다.


빠르고 늦음이 없다. 각자의 때가 있을 뿐이다.


나는 63세에 피었다. 아니, 63세에 ‘피어도 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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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산다는 것


결국 내 멋대로 산다는 건, 타인의 시간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성공의 시기, 성취의 나이, 깨달음의 단계… 그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대신 내 안의 가장 깊은 소리를 듣는 것이다. 생기가 이끄는 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렇게 살 때, 놀랍게도 모든 게 제자리를 찾는다.


싸워야 할 때는 싸우고, 물러서야 할 때는 물러선다.

자랑해야 할 때는 자랑하고, 숨어야 할 때는 숨는다.

울어야 할 때는 울고, 웃어야 할 때는 웃는다.


그게 다 법도 안에 있다. 아니, 그게 바로 법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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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세의 선언


나는 63세에 내 멋대로 사는 법을 깨달았다.


공자보다 7년 빨랐지만, 누군가보다는 30년 늦었을 수도 있다.


그게 뭐 어떤가.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나는 자유롭다는 것이다.


싸우려고 들던 20대도,

왕 노릇 하던 30대도,

떠돌던 40대도,

무너졌던 50대도,

다 내가 살아낸 시간들이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나는 내 멋대로 살 수 있다.


법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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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몇 살에 깨달았는가?**


아직 깨닫지 못했다면, 서두를 필요 없다.

당신의 꽃망울은 지금 딱 필요한 햇살을 머금고 있는 중이니까.


그리고 언젠가, 당신만의 나이에,

당신만의 방식으로,

당신도 깨닫게 될 것이다.


내 멋대로 사는 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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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것 하나 잘못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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