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왜 남자의 계절인가

by 하봉길

가을은 왜 남자의 계절인가


낙엽이 지는 계절, 우리는 가을을 쓸쓸한 계절이라 부른다. 그리고 누군가는 가을을 ‘남자의 계절’이라 말한다. 왜일까? 단순히 낙엽 지는 풍경이 주는 우수 때문일까?


가을은 금(金)의 기운이다. 열매를 맺고 결실을 거두는, 수확의 계절이다. 그런데 왜 풍성함이 아닌 쓸쓸함과 연결되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남자와는 또 무슨 관계가 있다는 걸까?


절단하는 자의 고독


쓸쓸함이 왜 남자의 고유 감정처럼 묘사되는지 생각해본다. 아마도 단호함과 정리하는 결단력이,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에 더 강하게 결부되어 있어서가 아닐까.


단호함과 결단력의 정리. 그 절단 뒤에 찾아오는 쓸쓸함과 고독감, 외로움은 한 세트처럼 뒤엉켜 있다. 가을은 풍성한 열매의 수확과 함께, 털어내고 절단하는 관계 정리의 단호함 속에서 이별하는 아픔도 함께 품고 있다.


그래서 가을은 고독의 계절로 불린다.


겨울의 지혜, 가을의 잔인함


생각해보면 인연이 모두 정리된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이 어쩌면 더 고독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겨울은 모든 것을 끌어안고 침잠하며, 고요히 봄을 기다리며 에너지를 저장하려는 속성이 있다.


기다림과 포용. 저장, 그리고 지혜의 계절이 겨울이다. 그래서 덜 외롭고 덜 고독하며 덜 쓸쓸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여 포용해버린 넉넉하고 지혜로운 어머니 같은 계절이 겨울이다.


하지만 가을은 다르다.


성장 에너지가 꺾이는 순간


가을은 여름의 무성한 성장을 이어가려는 성장 에너지가 꺾여지고, 뜻대로 뻗어나가는 게 여의치 않아졌음을 체감하며 실의를 맛보는 계절이다.


모든 관계가 정리되기 시작하고, 또 스스로 정리해야만 하는 숙명 앞에서, 제 살과 뼈를 도려내듯 잘라내고 떨쳐내는 잔인한 운명의 집행자 역할을 해야 하는 존재. 그가 느끼는 고독과 쓸쓸함의 감정이 가을의 에너지이자, 남자의 에너지라는 생각이 든다.


여름은 뻗어나가면 된다. 생명력이 스스로 밀고 나간다. 의지가 필요 없다. 하지만 가을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릴 것인가를.


이 선택의 순간, 집행의 순간에 오는 고독. 그것이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 이유다.


베어내는 자의 숙명


겨울은 이미 모든 것이 정리된 후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지만, 그 안에는 이미 선택이 끝난 평화가 있다. 받아들임의 단계다.


반면 가을은 아직 선택하는 중이다. “이것도 버려야 하나? 저것도 떨쳐내야 하나?” 이 질문 속에서 살아야 하는 계절이다.


가을의 나무는 스스로 잎을 떨어뜨린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겨울을 나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다. 이 자기 결정의 고독, 자기 집행의 쓸쓸함.


그것이 바로 가을이 남자의 계절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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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렇게 느끼면, 그게 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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