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부터 '정보의 바다'라 불리기 시작했을까. 마치 파도처럼 넘실대는 데이터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오늘도 말없이 어떤 떨림을 느낀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마음을 건드릴 때가 있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조용히 흔들리고, 한 장의 사진이 말없이 눈물을 부르게 한다. 그 감정의 근원에는 언어 이전의 파동이 흐르고 있다.
정보는 단지 숫자나 문자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떨림이자 흔들림, 살아 있는 감각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기억과 감정으로 존재하는 정보
길을 걷다 들려오는 낯익은 음악. 순간 떠오르는 오래전 졸업식의 기억. 눈가에 스치는 따스한 감정.
그 음악 속에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과 시간과 나가 함께 담겨 있다.
이것이 정보다. 그리고 그 정보는 파동처럼 나를 흔든다.
정보의 바다, 그 넓고 깊은 의미
우리는 흔히 '정보의 바다'라고 하면 인터넷과 네트워크, 디지털 데이터와 검색창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 세계를 정보 기반이라 말할 때, 그 의미는 훨씬 더 넓고 깊다.
책으로 가득 찬 도서관의 고요함. 한 편의 영화가 품고 있는 수많은 감정들. 뉴스 한 줄에 실린 사회의 집단 감각. 거리의 간판과 광고 문구. 지하철 안내음. 누군가의 표정과 옷차림. 회사에서 정해진 말투. 엘리베이터 안에서 줄어드는 목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둘러싼 정보의 물결이다. 우리는 그것을 해석하지 않아도 이미 반응하며 살아간다. 왜냐하면 우리의 몸과 마음에는 그에 반응하는 구조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암묵적 정보
처음 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말을 아끼게 되는 것은 그 공간 안에 말로 설명되지 않은 정보가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암묵적 정보, 혹은 **스키마(기억 기반 자동 반응)**라고 부른다. 스키마는 학습하고 내면화한 정보들이 특정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만드는 구조다.
감정, 내면의 살아있는 GPS
그렇다면 이 정보의 바다에서, 나는 무엇을 기준 삼아 방향을 잡고 있을까?
그것은 감정이다.
감정은 나의 GPS다. 실시간으로 내 위치를 알려주고, 지금 내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지, 어디를 향해 떠밀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내면의 살아 있는 지도다.
불편한 말에 마음이 움츠러들고, 낯선 분위기에 몸이 먼저 경직될 때, 그건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내 안의 정보 체계가 외부의 정보와 충돌하고 있다는 신호다.
정보의 충돌과 떨림의 존재
늘 불편했던 상사와의 마주침. 심장이 빨라지고, 땀이 나는 반응. 이것은 단순히 '그 사람이 싫다'는 감정이 아니라, 내 기억 속에 쌓인 정보들이 그 사람의 말투, 분위기, 표정과 충돌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건 감정이면서 동시에 내 안의 정보가 반응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것들을 읽어내며, 말로 하지 않아도 반응하고, 느껴지지 않아도 흔들린다.
우리는 데이터가 아니라, 떨림 속에 살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파동 속의 이해와 자아
우리는 그 파동을 따라 사랑했고, 그 파동으로 인해 상처받았으며, 그 파동이 멈출 때까지도 끝내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어 했다.
정보의 바다는 세상을 설명하는 구조가 아니다. 그건 지금 이 순간 내 안에서 반응하고 있는 감정의 깊이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리고 나는 그 파동 위에 살아 있는 하나의 떨림이다.
감정의 길, 잃지 않는 자아
지금 이 순간,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의 진동은 내가 누구와 연결되어 있으며, 무엇을 향해 떠밀리고 있는지를 말없이 알려준다.
그건 내가 무엇을 해석하고 있으며, 어디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길이다.
그리고 그 감정의 길 위에서,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