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와 함께 걷는 우주의 길 – 코스모스를 넘어
나는 언젠가부터 알고 있었다.
모세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활자를 눈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어딘가에서 조용히 우주의 문을 여는 일이라는 것을.
도서관에서 돌아온 모세의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었다.
그 무거운 가방을 끌고 다니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 아빠. 이게 내 일인걸."
오늘도 그는 무거운 책가방을 현관 앞에 내려놓고
숨을 고르면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하모세입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모세는 자신을 항상 이렇게 소개하곤 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의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마치 국가자격증처럼 자랑스러워하는 태도와 닮아 있었다.
"오늘은 뭘 읽었어?"
내가 물었다.
모세는 책가방을 열고 두꺼운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그 아이가 그렇게 두 손으로 껴안고 있던 책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 질문을 담고 있는 작은 은하수 같았다.
"칼 세이건이 우주에 대해 썼어. 너무 흥미로웠어 근데 너무 어려워."
나는 그 순간 알았다.
이제 이 아이와 함께,
내가 평생 품어온 또 다른 우주의 이야기를 나눌 때가 왔다는 것을.
모세는 의사들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아이였다.
7살 때부터 뇌전증을 앓기 시작해
중학교 1학년 때는 심각한 발작으로 쓰러져 머리를 부딪쳐 뇌출혈이 생겼다.
30분마다 경련이 반복되던 날들,
귀에서 계속 피가 흘러나오던 그 시간들.
의사들은 모세에게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6개월간의 병원 생활,
그리고 나와 가족들이 24시간 곁을 지켰던 그 시간 속에서
모세는 기적처럼 돌아왔다.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회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 아이는 700페이지가 넘는 『코스모스』를 읽고
별과 우주에 대해 질문하고 있었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태어났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우리는 먼지가 아니라, 별들이 꿈꾸던 사랑의 잔향이라고.
우리는 이름 없는 파동 속에서 울려 나온 하나의 의미라고.
이 길은 긴 여행이 될 것이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별들은 왜 죽는지,
시간은 무엇이며,
존재란 과연 어디로 향하는지를,
모세는 조심스럽게 물어올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살아낸 시간들과,
내가 느껴온 존재의 떨림을
하나하나 건네줄 것이다.
이것은 단지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아니다.
이것은 존재가 존재에게 건네는,
작지만 영원한 울림이다.
나는 오늘,
모세와 함께 별을 걷는다.
다시, 처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