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와 함께 걷는 우주의 길 – 코스모스를 넘어
푸른 여름의 시작
어느 봄의 마지막 꽃잎이 떨어질 때
여름은 이미 푸른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지는 녹음 속에서 여느 날처럼
도서관을 다녀온 모세는 글을 쓰고 있는 내 곁에 다가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책을 한 권 손에 들고 있었다.
『코스모스』, 칼 세이건.
그 아이가 그렇게 두 손으로 껴안고 있던 책은,
어쩌면 세상의 모든 질문을 담고 있는 작은 은하수 같았다.
순수한 질문의 시작
"아빠."
모세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고 했어.
정말로 그럴까?
우리 몸 안에 별이 있는 걸까?"
나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고,
모세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는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이방인의 그리움이 함께 깃들어 있었다.
별의 의미
"그래, 모세야."
나는 아주 천천히, 마치 별 하나를 다시 태어나게 하듯 입을 열었다.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어.
하지만, 단지 먼지만은 아니란다."
모세는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그의 두 손을 가만히 감싸 쥐었다.
"모세야, 별들은 그저 물질이 아니야.
그들은 고요 속에서 노래하고,
자기 안의 불꽃을 다 태워 다른 생명을 낳는 존재야.
우리가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곧 우리가 별이 품었던 꿈, 별이 남긴 사랑, 별이 남긴 파동을 이어받았다는 뜻이야."
모세는 조용히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그 숨결 속에 작은 우주가 피어나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너도, 나도,"
나는 다시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 세상에 단순히 물질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노래로, 하나의 울림으로 존재하는 거야.
우리는 먼지가 아니라, 별들이 남긴 사랑의 노래야."
순수한 의문
모세의 눈에 작은 빛이 깃들었다. 하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의문으로 가득했다.
"근데 먼지가 뭔지는 알겠는데, 노래가 어떻게 사람이 될 수 있어? 노래는 그냥... 소리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세의 질문은 언제나 본질을 찌르고 들어왔다.
과학과 시의 만남
"모세야, 과학적으로 보면,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실제로 별 속에서 만들어졌어. 수소, 산소, 탄소, 질소, 철... 이런 물질들이 별의 핵융합 반응을 통해 만들어지고, 별이 폭발하면서 우주 공간으로 흩어졌지. 그리고 그 물질들이 모여서 지구도, 산과 바다도, 그리고 우리 몸도 만들어진 거야."
모세는 자신의 손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이 손에도 별이 있는 거야?"
"그렇지. 네 몸 안의 모든 원자들은 한때 별의 일부였어.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별의 먼지'라고 할 수 있지."
모세는 자신의 손을 펴보고 구부려보며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근데 아빠, 왜 노래라고 했어? 먼지라고 하면 되는데."
창가에서 바라본 우주
나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저녁이 깊어가며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빛나기 시작했다.
"모세야, 이리 와봐."
모세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나는 창밖의 별을 가리켰다.
"저 별들을 봐. 저 별들은 지금 빛을 내고 있어. 그 빛이 우리에게 닿아서 우리가 별을 볼 수 있는 거지. 그런데 그 빛은 사실 별의 노래와 같은 거야. 별이 자신의 이야기를 우주에 전하는 방식이지."
모세는 별을 향해 손을 내밀어보았다.
"별의 노래가 우리에게도 오는 거야?"
"그래. 그리고 그 노래는 단순히 빛이나 열로만 오는 게 아니야. 별들은 자신의 에너지, 자신의 생명력, 자신의 존재 자체를 노래로 만들어서 우주에 퍼뜨리는 거야."
기억의 울림
나는 모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예를 들어볼까? 지금 네가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해봐. 오래전에 만났던 친구라든지. 그 친구의 모습은 이미 없어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 친구와의 기억은 여전히 네 마음속에 남아 있지? 그 기억이 때로는 웃음을 주고, 때로는 슬픔을 주고, 때로는 그리움을 주고... 그런 감정들이 모여서 지금의 네가 되는 거야."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바로 별들이 우리에게 해주는 일이야. 별들은 자신의 생명을 다 태우고 사라진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의 존재를 우주 전체에 흩뿌려서 다른 형태의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만드는 거지."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
나는 잠시 창밖을 바라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내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너의 가슴에 닿아서 너를 따뜻하게 하고, 너의 웃음이 되고, 너의 용기가 되지 않니? 그게 바로 노래야.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는 닿는 그런 것."
모세는 잠시 생각하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럼 내가 아빠한테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도 노래네!"
나는 웃으며 모세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그렇지. 네 말 한마디, 네 웃음 하나가 다 노래야. 그리고 그 노래가 내 가슴에 닿아서 나를 살게 하는 거지."
가슴 속의 별
모세는 자기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럼 내 가슴 속에도 별이 있는 거야?"
"그래, 모세야. 네 가슴 속에는 별이 있어. 그리고 그 별은 계속해서 노래하고 있지. 네가 웃을 때마다, 네가 질문할 때마다, 네가 책을 읽을 때마다, 그 별은 빛나고 있어."
모세는 자신의 가슴에 귀를 대는 시늉을 했다.
"아, 들리는 것 같아. 쿵쿵, 쿵쿵."
모세의 웃음소리
모세는 가끔 혼자서 뜬금없이 큰소리로 소리 내어 웃는다. "왜 웃었니?" 하고 물어보면
"갑자기 어떤 장면이 생각나서" 하고는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장면을 떠올리곤 혼자 웃곤 한다.
나는 웃음이 터졌다.
"그래, 그게 바로 별의 노래야."
나는 모세를 칭찬해주었다.
우리의 진정한 정체성
"그러니까 모세야, 우리는 별의 먼지이기도 하고, 별의 노래이기도 해. 먼지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알려주고, 노래는 우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 아이의 가슴 속에서는 새로운 별 하나가 조용히 깨어나고 있었을 것이다.
사랑의 여행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이 작은 질문 하나가
우리가 함께 걸어갈 긴 여행의 첫 발자국이 될 것이라고.
별들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사랑이 되어 다음 세상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사랑이 모세의 가슴 속에 작은 노래로 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