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돌아온 모세는 무거운 책가방을 마룻바닥에 내려놓았다. 가방 안에서 꺼낸 책들 사이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가 보였다. 모세는 그 책을 다시 집어들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아빠, 밥 먹으면서 얘기 좀 해도 돼?"
나는 뒤돌아보지 않아도 모세의 표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아이는 늘 중요한 질문을 던질 때면, 엄지와 검지를 가위 모양으로 만들어 턱에 댄 채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밥상을 차리며 물었다. 모세는 서둘러 수저를 들고 밥을 한 숟가락 입에 넣더니 급하게 물었다.
"우주가 왜 생긴 걸까? 꼭 생겨야 했던 걸까?"
나는 잠시 숟가락질을 멈추고 모세를 바라보았다. 그 질문은 어떤 학자도 완벽히 답하지 못한 질문이었다.
"모세야, 과학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어. 빅뱅이라는 사건이 있었다고만 말할 뿐이지. 그 이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과학도 아직 몰라."
모세는 밥을 허겁지겁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칼 세이건도 그냥 우주가 갑자기 생겼다고만 썼어. 근데 아빠는 어떻게 생각해?"
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과학자들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을 나도 설명할 수는 없었지만, 내가 마음으로 느껴온 것을 전할 수는 있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해. 모든 시작은 사랑이야."
모세는 밥을 먹다 말고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사랑? 사랑이 어떻게 우주를 만들어?"
"사랑은 혼자 있을 수 없어. 사랑은 울리려 해. 나를 넘어 너에게 닿으려 해. 그리고 그 울림이 점점 커져서 결국 세상을 만든 거야."
모세의 눈이 더 커졌다. 나는 이야기를 이어갔다.
"과학자들은 드러난 현상으로만 모든 걸 규명하려고 해. 그게 과학자들이 가진 딜레마이기도 하지. 과학은 명백한 팩트를 근거로 해서 물리적으로 드러난 현상들을 논리적으로 풀어야 하거든."
나는 밥그릇을 옆으로 밀어두고, 빈 접시 위에 작은 소금 알갱이 하나를 올려놓았다.
"이 소금 한 알이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 전체라고 생각해봐. 별들, 행성들, 보이는 모든 것들이 이 작은 알갱이라면, 나머지 접시는 뭘까?"
모세는 접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비어있는 거?"
"겉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아니야. 우주에 존재하는 97%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야. 과학자들도 이걸 직접 볼 수는 없어. 그저 그 존재가 있다는 것만 알 뿐이지."
모세는 접시 주변의 빈 공간을 손가락으로 만져보았다.
"이게 다 있는 거야? 근데 왜 안 보여?"
"그래, 있지만 보이지 않아. 마치 물고기가 헤엄치는 바다 같은 거야. 물고기는 물을 보지 못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지. 우리도 그런 거대한 바다 속에 살고 있는 거지."
"그럼 그 바다가 뭐냐고?"
"과학자들은 그걸 양자진공상태라고 부르기도 해. 텅 비어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끊임없는 파동과 정보들이 우주에 팽배해 있었던 거지. 애초에 빅뱅이 일어나기 전부터."
나는 다시 밥을 한 숟가락 먹고 이어서 말했다.
"마치 태아가 헤엄치는 양수 같은 거야. 태아의 바다. 그 양수가 암흑에너지, 암흑물질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고 그 안에는 어디에든 생명의 씨앗이 파동상태로 존재하고 있었지."
모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겠어."
"그래, 어려운 얘기지. 그런데, 모세야, 우린 매일 이런 걸 느끼고 살아. 우리가 눈으로 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란 걸 우리는 알잖아?"
"응?"
"예를 들어, 너와 내가 지금 나누는 대화,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 내가 너를 아끼는 마음... 그런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지?"
모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는 매일 보이지 않는 것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어. 그리고 그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실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지."
나는 소금 알갱이를 손가락으로 살짝 밀었다.
"그런데 모세야, 태초에는 이 소금 알갱이조차 없었어. 오직 파동만 있었지. 그리고 어느 순간, 그 파동 하나가 또 다른 파동과 만났을 때, 번쩍하는 그 순간, 태초의 한 파동이 또 다른 떨림과 상호작용하면서 격렬한 융합이 일어났어. 그것이 빅뱅이야."
모세는 입을 약간 벌린 채 경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 그런 일이 생겼을까? 그냥...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게 바로 내가 말한 사랑이야. 사랑은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사랑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닿으려 하고, 울리려 해. 외로움을 참지 못하는 거지."
"사랑이 외롭다고?"
"그렇지. 외로움이 없다면 사랑도 없을 거야. 울림이 갈 곳이 없다면 울림도 일어나지 않을 거고."
나는 두 손을 맞대며 말했다.
"이렇게, 두 떨림이 만났을 때 비로소 원자 간의 결합이 일어나고, 물질이 태어나기 시작하는 거야. 그게 사랑의 본질이지."
모세는 자신의 두 손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듯 그 손을 서로 맞대었다.
"그럼 우주는... 외로워서 태어난 거야?"
나는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 모세의 질문은 언제나 본질을 찌르고 들어왔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우주는 침묵을 견딜 수 없어서 소리를 냈는지도 모르고, 고독을 견딜 수 없어서 생명을 품었는지도 모르지."
나는 모세의 작은 손을 내 손 안에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왜 네가 여기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게 아닐까? 우주가 혼자이기를 거부했기 때문에, 너와 나도 여기 함께 있는 거야."
모세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밝게 웃었다.
"나도 지금 너무 외로운데, 아빠가 과일 깎아주면 안 될까?"
나는 웃음이 터졌다. 언제나 그랬듯, 모세는 가장 심오한 우주의 진리에서 가장 일상적인 욕구로 훌쩍 넘어갔다.
"그래, 사과 깎아줄게. 그런데 이번엔 내 몫까지 다 먹지 말고."
"알았어!"
모세는 웃었지만, 나는 그가 또다시 내 사과까지 다 먹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사랑의 한 표현이 아닐까. 누군가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그 무의식적 행동이.
사과를 깎으며 나는 생각했다.
우주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부엌 식탁에서, 사과 한 조각을 나누는 일상의 순간으로 이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주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진실은 항상 가장 단순한 곳에 있다. 존재는 부를 수 없는 사랑이 부른 파동이었고, 지금 이 순간, 모세의 웃음 속에서도 그 첫 번째 울림이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